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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얌전한고양이 Aug 18. 2021

식사할 때 쩝쩝거리면 안 될까?

식사예절 좀 지킵시다

기억도 안 날정도로 오래전부터 아빠는 특이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이 습관 '쩝쩝거린다', 이 습관을 가진 사람 '쩝쩝충'이라고도 표현된다. 그렇다, 우리 아빠는 식사를 할 때 항상 쩝쩝거리는 습관이 있다. 우리 가족은 주말에 다 같이 식사를 했는데, 특히 이 날은 옆에서 아빠의 쩝쩝거리는 소리가 너무 컸다. 참다못한 나머지 내 동생은 아빠한테 입을 좀 다물고 음식을 씹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만 입을 다물고 씹을 뿐, 이내 다시 '쩝쩝'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본인은 이렇게 먹어야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거 같다고 한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천박함이 느껴지지만 자식 된 도리로써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사실 이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건 아니다. 어떤 날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내가 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빠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빠랑 같이 일하는 여팀장 아저씨는 아빠가 이렇게 먹는 거 보고 복스럽게 먹는다고 하던데?" 복스럽게 먹는 것과 별개로, 아빠는 식사예절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시는 거 같았다.


그만 좀 쩝쩝거리라는 우리 남매의 말에 귀 막고 쩝쩝거리는 아빠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고민하던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왜 음식을 입에 넣고 쩝쩝거리는 소리를 내면 안 될까?" 간단했다. 그것은 식사 예절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사람 근처에서 일정한 빈도로 계속 같은 소리가 나면 청각적으로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아빠는 이럴 것이다. "너무 예민한 거 아냐?" 그럴 때를 대비해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야겠다.


이런 경험 있을 것이다, 잠을 자려고 불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 머리맡에서 모기가 앵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위층에서 쿵쿵대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 말이다. 불편하면 불편하지 결코 편하진 않지 않은가? 근처에서 일정한 빈도로 소리를 내서 피해자?로 하여금 강제로 청각적 자극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옆에서 쩝쩝거리는 것도,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도, 윗집에서 쿵쿵대는 것도, 다 강제로 청각적 자극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옆에서 계속 툭툭 거리며 치는 것은 강제로 촉각적 자극을 느끼게 하는 것, 자는데 눈앞에서 불을 켜버리는 것은 강제로 시각적 자극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식사 중 입을 열고 씹는 소리를 내는 행위는 식사예절에 어긋나므로 지양해야 한다. 아빠, 아빠가 밥 편하게 먹자고 옆에서 지적하는 사람을 예민한 사람 취급하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50대인 아빠한테 제가 '식사예절'까지 언급해야 할까요? 아빠는 밖에서도 많은 타인들과 식사를 할 텐데, 참다못한 누군가가 50대인 아빠한테 '입을 좀 다물고 씹어요'라고, '식사예절 좀 지켜주세요'라고 지적을 받는다면, 가뜩이나 바닥치고 있는 아빠 자존감 박살 나서 멀쩡히 집까지 걸어오실 수 있을까요? 쩝쩝거리는 게 뭐 얼마나 큰일이길래 이렇게까지 말하냐고요? 사실 별 거 아닌 일인데 아빠가 크게 만든 거예요.. 60대 되기 전엔 좀 고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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