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시작되고나서부터 식당에 들어가면 하나 둘 보이던 자동 체온측정기 본 적 있는가? 얼굴인식을 하거나 손목을 갖다 대서 자신의 체온이 몇 도인지 파악해주는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자동 체온측정기가 울리는 걸 실제로 본 적은 있는가? 나는 얼마 전에 봤다.
자동 체온측정기
그날은 아빠와 내가 주말에 창원에 있는 병원에 갔던 날이었다. 병원을 갔다 온 뒤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멸치 쌈밥 전문점에 갔다. "삑 정상입니다, 삑 정상입니다" 가게 앞에서 손목을 대고 체온 측정을 한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을 하고 이러쿵저러쿵 잡담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두 명의 손님이 더 들어왔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와 애 엄마였다. "삑 정상입니다" 아이가 먼저 체온 측정을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웨에엥! 웨에엥! 웨에엥!" 애 엄마가 자동 체온측정기에 손목을 대자 경보음이 울렸다.
가뜩이나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이 넘어가는 민감한 분위기인데 경보가 울리자 화들짝 놀란 아빠와 나는 홱 하고 고개를 돌려서 체온측정기를 봤다. '37.8'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보기 힘든 수치다. 놀란 건 애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또 한 번 측정했다. "웨에엥! 웨에엥! 웨에엥!" 이번에는 '37.4'였다. 애 엄마는 더 이상 측정하지 않고 테이블에 앉았다. 아빠는 바로 식당 주인을 불렀다.
"방금 들어온 저 손님 체온이 37.8 나오고 37.4 나왔는데 괜찮은 겁니까?"
"아 원래 더운 곳에 있다가 들어오면 체온이 높아져서 저렇게 나올 때도 있습니다~ 저 정도는 괜찮습니다."
"죄송한데, 우리 다음에 오겠습니다."
"아니 손님, 이미 주문 들어갔는데.."
"그럼 포장해주세요."
아빠와 가게 주인이 실랑이를 하는 걸 본 애 엄마는 아주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 보란 듯이 또다시 체온 측정을 했다. '36.8' 아까보다 훨씬 낮아졌지만 그래도 높은 편이었다. 어차피 다음에 오겠다고 말했고, 애 엄마도 옆에서 들은 상태라서 남아있어 봤자 서로 식사하기 불편했으니 우린 포장해서 나가겠다고 했다. 식당 주인은 계속 붙잡다가 그냥 가라고 했다.
나는 우리가 코로나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 아이와 애 엄마는 주말에 기분 좋게 밥 먹으러 왔다가 불쾌해졌을 것에 대해, 식당 주인은 주문을 받고 음식을 준비하다가 도중에 손님이 나가려고 하니 난감했을 것에 대해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본인의 체온이 높게 나와서 우리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안 나가고 버티는 애 엄마한테 화가 났고, 손님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애 엄마를 내쫓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가려는 우리를 붙잡은 식당 주인의 무책임함에도 화가 났다. 이런 때일수록 사람들이 서로서로 조심해야 하는데, 어쩌면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 심화되는 원인 중 하나는 사람들의 이러한 안일함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