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부 유수분 균형 지킴이
나는 6월 1일부터 측량 회사를 다니고 있다. 일은 딱히 힘들거나 어렵지 않다. 사람들도 모난 곳 없어서 좋다. 급여가 좀 많이 짠 편이지만 감수할만한 정도다.
6월이 지나고 7월 때쯤부터 폭염이 시작됐다. 측량회사 특성상 현장에 나갈 일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거의 매일 땡볕에서 얼굴에 선크림을 바른 상태로 마스크를 쓰고 일을 했다. 가뜩이나 폭염이라서 푹푹 찌는데, 마스크까지 쓰니 내 얼굴 피부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놓이게 됐다. 선크림까지 발라진 상태라서 내 얼굴은 언제나 땀범벅, 기름범벅이었다.
그 생활을 한 달 반 가까이했다. 집에 돌아오면 기름으로 반질반질한 얼굴에 여드름이 한 두 개씩 올라와 있었는데, 언제나처럼 나다가 없어지겠지 하고 가만히 두던 게 한 개, 두 개, 점점 늘어나더니 어느덧 16개가 넘게 생겼다. 언제나 피부에 자신 있었고 주변인들에게 항상 피부 좋다는 말을 들어온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여드름이 나는 이유에 대해 검색해봤다. 유수분 밸런스? 지성? 건성? 수부지?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을 알게 됐다. 나는 피부에 자신 있었지만 정작 피부 관리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어쨌든 결론은 여드름은 피부 유수분 불균형으로 인해 모공이 막혀서 생기는 것이고, 간단하게 완화시킬 방법이 있는데, 그게 기름종이를 쓰는 것이라고 모 유튜버가 말했다. 하지만 기름종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라고 한다. 필름, 파우더 유형의 제품은 기름을 너무 많이 흡수하니까 진짜 종이로 된 제품을 사용하라고 했다.
나는 더 이상 내 피부를 방치할 수 없어서 기름종이 제품을 알아봤다. 모 유튜버가 소개한 갈색 기름종이였다. 밑져야 조금 손해지! 내 피부를 위해서라면야! 나는 기름종이를 잔뜩 주문했다. 제품 설명에는 세안 후 4~5시간 뒤에 사용하고 또 4~5시간 뒤에 사용하라고 했다.
며칠 뒤 기름종이가 왔다. 나는 기름종이를 챙기고 출근했다. 평소처럼 현장에서 일을 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여유가 생긴 나는 기름종이를 꺼냈다. 마침 얼굴에 기름기가 반질반질하게 올라와 있었다. 기름종이를 꺼내서 얼굴에 톡톡 두드리고 떼 봤다.!? 불투명하던 기름종이가 투명해졌다.!
기름종이를 통해 맞은편에 앉아 있던 K주임의 표정이 보였다. K주임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내 기름종이를 봤다. 궁금해하는 K주임과 K형에게 한 장 줬다. 둘 다 나를 따라서 얼굴에 착! 하고 붙였다. 나도 마저 붙여서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반질반질하던 얼굴이 뽀송뽀송해졌다! 이거 확실히 효과가 있을 거 같다! 꾸준히 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