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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호리 Jul 12. 2017

힐링을 위한 아무 말 대잔치

권태감을 달래는 나를 위한 글쓰기


"상반기에.. "


아니 상반기라고 하니 너무 직장 용어 같고.. '뭔가 감성적으로 써야 할 것만 같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구'...라고 생각하며, 용어를 바꿔보기로 하는 이런 '있어빌리티(It's-ability)'적 촌스러운 발상으로 첫 문장부터 길을 헤맨다.


음..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정확히 '상반기에 바빴다고' 그래서 '지금은 너덜너덜 상태'라고. 뭐랄까. 이것은 노예근성인가. 너무 많은 일이 있다가 잠시 소강상태가 되니 심신이 리듬을 못 찾는다.


"마님 더 팰 장작이 없나유?"


그래서 누가 시키지도 않은 '글'을 써본다.

(직장인에게 누가 시키지도 않은 글이란.. 엄청난 사치다.)






평소 나만큼 힐링하고 사는 사람도 드물지 않나 하고 생각하지만, '피곤'이란 놈은 창조주가 세상 만물에게 주신 공평한 벌인 것 같다. 세상에 피곤하지 않은 피조물이 없다.(그래서 피조물인가.. 막이..래.. '와타시 아재 데스까라..') 인종과 국가 계층과 직업,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안 피곤 한 사람이 없다.


하다못해 개도 피곤하고, 모르긴 몰라도 바닷속 갈치나 멸치, 뼈 따위가 없는 문어나 오징어, 아주 작은 개미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박테리아도 노곤하고 피곤할 것이다. 얼마나 헤엄치기가, 기어 다니기가, 꾸물럭 대기가 힘들겠는가. 예컨대 해충, 세균 박멸을 하겠답시고, 해충 박멸단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설쳐대니 박테리아도 못해먹을 노릇이다. 하나님을 얼마나 탓할까. "왜 나를 창조하셨나이까"


고로. 나도 피곤하다 이 말이다.
(완벽한 귀납적 추론)





정체모를 피곤함과 헛헛함을 달래고자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아이보리 거품이 이는 노란 기린 맥주를 길게 잘 빠진 투명 잔에 따를 때면 세상을 다 가진 것(이 표현은 너무 진부하다) 온몸의 피곤이 맥주와 함께 녹아내리는 것 같다.


맥주는 벌컥벌컥 마시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따라  '이치방 시보리(一番搾り)'가 대체 어떤 맛인지 음미한다. 잘 모르겠으면, 또 한 모금 마신다. 그렇게 두세 모금 마시다 보면 맥아 따위의 맛을 채 느끼기 전에 잔이 빈다. [아.. 제발.. 잔이 비어(Beer)라는 농담은 절대 안 하고 싶단 말이야.. ㅠㅠ] 풍미고 뭐고 시원하다. 시원해진다. 그리고 노곤해진다.  그렇게 한 잔, 반잔 찔끔찔끔 마셨는데, 매일 마시다 보니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몸이 더 피곤해졌다. 간에 기별이 안 갈 줄 알았더니 해독이 안된다. 꾸준히 해도 별로 안 좋은 것들도 있구나..





술이 피곤을 낳고

피곤이 졸음을 낳고

졸음이 무기력을 낳고

무기력이 헛헛함을 낳고

헛헛함이 답답함을 낳고

답답함이 냉소를 낳고

냉소가 불만을 낳고

불만이 술을 낳고

또다시,

술이 피곤을 낳고..


순환이 되었다. '악순환(惡循環)'

더 피곤해졌다.

 





악순환을 막고자 글을 썼다.

마음을 정돈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마음이 헛헛한 것인지.

아니, 이 헛헛함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지.

혹시 더위로 인한 무기력이거나 또는 냉방병에 의한 권태감은 아닌지.


...


글을 쓰다가 내가 겪고 있는 이 권태감이 냉방병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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