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전철일기, 2019년 1월 11일, 비몽사몽
어제 자정이 넘어 들어가기도 했고,
집에 가서 밀린 가정사를 좀 처리하다 보니
새벽 4시에 잠이 들었다.
7시부터 울리는 알람을 수십 차례
끄고 확인하기를 반복하다가
몸은 점점 더 피곤해지고 뭔가 사경을 헤매는 느낌
‘대체 몇 시간을 잔 거야.. 다섯 시.. 여섯 시..’
어차피 더 자지도 못할 거면서
몇 시간 잤는지를 계속 체크해 본다.
‘아.. 반차 쓰까.. 아.. 점심 약속 있지.. 아 오후 미팅..’
오후에 외부 미팅이 있으니
단정한 옷차림도 준비해야 하고
오늘 얼굴 상태도 최악이겠네..
요즘 디폴트가 “왤케 피곤해 보여요?”인데
오늘은 거의 상을 치르고 오는 사람 느낌일 듯.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야만 한다.
뭔가 전 인류를 구하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람의 의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를 재촉해 보지만 쉽지 않다.
‘제발 일어나.. 제발 일어나..”
과연 이 몸은 주께서 나에게 주신 것이 맞는가.
내 영혼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버린 몸뚱아리.
이따위 버려버릴까.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이렇게 내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데,
세상 무슨 염려를 하고 누구를 걱정하며 사는가.
“이러다 결근한다”
“아내님께 큰 욕먹는다”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 같은 불호령이 내린다”
’응?! 아내?
맞아 나에겐 그분이 계셨지..’
나에 대한 강력한 자학과 채찍을 거쳐
내 곁에 아내님 있음을 알아차릴 때
비로소 나는 일어선다.
“You raise me up!”
할렐루야.
일어섰다.
앉은뱅이가 ‘아내님’ 나의 주님
그분의 존재를 인식하고 일어선다..
소경이 겨우 눈을 뜬다.
‘하내님’ 나의 능력 되신
그분의 이름으로 일어선다.
나 비록 약하나
“독수리 날개 침” 같은
새 힘을 얻는다.
아내 주심 감사
여보 다녀올게..
오늘은 일찍 올게..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