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에 대한 이해
직접적인 종교 이야기가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몰입된다. 물론 내가 냉담 중이긴 하지만 같은 종교인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으나 현대 사회가 만들어내는 불평등과 권위, 제도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나와 같으리라 생각한다.
꽤나 작정하고 만든 영화다. 전 세계적으로 모든 종교가 내부적으로는 비밀스러운 집단일 테지만 특히 2,000년의 가톨릭은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다. 극 중 언급되기도 하지만 사제는 종신 선언을 통해 범인들의 존경과 추앙을 받는다. 한 지역 교구의 신부가 그럴진대 추기경이나 교황은 어떻겠는가. 그래서 세계 여러 국가 원수들조차 교황 앞에선 존경과 머리를 숙이는 이유다.
여하튼 영화는 바티칸 내부의 비리와 스캔들이 폭로되면서 종신을 선언한 베네딕토 16세(앤서니 홉킨스) 교황이 사임하는 전례 없는 행보를 결정한 시점을 중심으로 그와 종교적 신념이 달라 갈등을 빚는 프란치스코(조나단 프라이스) 교황의 이야기다.
종교적 권위를 지키는 것이 교회를 지키는 것이고 다시 과거의 교회로 회귀해야 한다는 보수인 베네딕토 16세와 교회의 권위와 엄격함이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게 만들며 이는 교회의 위기고 세상의 변화에 따라야 한다고 진보를 이야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논쟁이 보는 내내 흥미로웠다.
세상에 완벽한 보수와 진보가 존재할까라는 질문이 줄곧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교회와 세상을 바라보는 '변화'와 '타협'이라는 두 교황의 관점이 극명하게 '맞다', '틀리다'로 선을 그을 수 없었다.
"장벽이 아니라 다리를 지어라"
화면에 중간중간 보이던 넓게 펼쳐진 높은 담과 벽들은 우리에게 '다름'이 얼마나 많은 분단과 단절을 만드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토와 영토 사이, 부촌과 빈민촌 사이, 집과 집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에 장벽처럼 쳐진 '담'은 차별과 불평등을 만들 뿐이다.
과거를 반성하고 권위를 내려놓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중에게 받는 사랑을 질투하는 베네딕토 16세의 인간적 갈등과 내전으로 박해 박는 사람들을 외면한 탓에 번민에 휩싸여 더 이상 사람들에게 강론을 할 수 없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이 된 지금도 여전히 자국에서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교황이든 추기경이든 사제 역시 '신'이 아닌 사람임을 그래서 잘못과 용서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해한다.
"변화는 타협이오."
그리고 또 하나의 화두는 '용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과거를 플래시 백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교회를 지키는 것이 개인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했던 교황의 과거가 지켜야 하는 것은 교회가 아닌 박해 받는 사람들이었다는 것 그래서 '타협'이 아닌 '변화'였음을, 그리고 끊임없이 성 추문을 만드는 교단의 마시엘 신부를 쫓아내지 않고 알면서도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교회를 지키기 위한 내적 갈등을 '타협'이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두 교황은 서로 이해와 용서를 보여준다.
철저하게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던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손에 이끌려 추는 탱고는 그래서 더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