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뜨거워지는 도전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실제'라는 이야기의 한계성이 있어 영화에서 보여주는 허구의 부분이 제한이 있기 마련이다. 한데 이 영화는 그런 허구적 제한을 느낄새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친다.
1960년 대 부진을 면하지 못하던 포드는 24시간 레이싱을 펼치는 프랑스 르망 레이스에서 매년 우승을 거머쥐며 '타고 싶은' 차를 만드는 페라리를 인수하려다 망신을 당한다.
이에 아예 포드만의 스포츠카를 만들어 가장 빠른 포드를 선보이려 계획하고 그 프로젝트의 리더로 르망 대회의 유일한 미국인 우승자 캐롤 셸비(맷 데이먼)를 섭외한다. 그리고 그는 뛰어난 드라이빙 기술과 차에 대한 열정을 지녔음에도 불같은 성질로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다혈질인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를 설득하고 팀을 이룬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테스트를 거치며 점점 차는 빨라지지만 포드만의 품위를 고수하려는 거만한 포드의 경영진에 의해 켄은 겉돌고 결국 프랑스에 가지 못한다. 하지만 포드는 우승에는 실패하고 다시 전권을 위임받은 캐롤은 켄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프랑스로 간다.
사실 포드와 페라리의 경쟁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목에서처럼 두 기업 중 누가 승리했는가를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들의 승리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영화는 스포츠카의 웅웅 거리는 엔진 소리와 함께 심장을 들끓게 하는 건 분명하다. 150분의 넘는 상영시간이 무색하게 관객은 켄과 함께 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비해 드라마적 이야기는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포드 임원진과의 갈등, 아내 몰리와의 갈등이 그렇고 페라리 인수합병 과정도 뭉텅 잘린 느낌이랄까.
차량의 스피드를 즐기는 부분의 분량이 많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 역시 중간중간 느닷없이 끼어 들어오는 드라마 때문이 아닌가 싶다. 들끓는 엔진 소리에 흥분이 고조될만하면, 7000RPM으로 엔진이 터져버릴만하면 급브레이크를 밟아 엔진을 식혀버리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3D나 4D로 본다면 가히 환상적이 아닐까 싶다.
특히 개인적으로 마무리는 더 찝찝하다. 우승 직전 켄이 느끼는 최고의 스피드에서, 모든 것이 보이는 그 순간 그가 느끼는 고독한 순간은 이해한다거나, 그가 우승을 도둑질 당하는 것도, 그의 열정에 우승 트로피가 다가 아니었다는 점을 모두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그리 허망하게 죽을 수 있을까 싶다.
두 배우의 치열한 우정이 불가능한 트랙을 더 들끓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