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산으로 간 영화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화산 폭발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휴화산'이라고 알려진 백두산을 만나 극대화됐다. 한데 어디까지나 이런 흥미로움은 감상 전일뿐이고 감상 후에는 도대체 이 영화가 말하자는 게 뭔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남과 북의 이념을 뛰어넘는 브로맨스를 보여주자는 것도 아니고 핵이라는 키워드로 미국과 중국 틈에 끼어 자국민 보호도 결정 못 하는 한심스러운 정치적 상황을 코믹하게 꼬집자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가족애만 한 것이 없다는 걸 내세우는 건지 모를 지경으로 그저 산으로 간 영화다.
종종 백두산이 폭발할 주기가 도래했다는 기사를 보기도 하는데 직접적으로 화산 폭발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겐 사뭇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는 주제임에는 틀림없고 믿을만한 배우들의 열연도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CG 또한 실감 나게 긴박함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하지만 어떤 의도였을지 도대체 가늠이 안되는 지점에 웃음 포인트를 집어넣으려 애쓴 감독의 노고가 몰입을 방해해도 너무 방해한다.
각 캐릭터들의 배경 설명이 부족하고 이야기 중간중간이 뭉텅 날아간 듯 편집에다 쫄깃함까지는 아니더라도 긴장감이 막 올라올 즘엔 영락없이 웃음 코드가 삐질 하고 나와버린다. 이 무슨 맥락 없고 근본 없는 유모 코드인지. 여러모로 기대에 못 미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