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톰 행크스가, 이제는 노화가 완연한 그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반가움에 보게 된 영화. 1990년 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34년 동안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와 잡지사 기자의 만남이었던 실화를 각색했다. 내 어린 시절에도 뽀식이나 뽀병이 같은 프레드가 있었다는 걸 추억한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사랑받는 프레드(톰 행크스)는 우연히 한 유명 잡지사 기자 로이드(매튜 리즈)와 인터뷰를 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프레드를 인터뷰하면서 로이드는 아버지와의 불화로 세상에 온통 날 선 삶을 살면서 겪는 고통을 직면한다. 그리고 용서를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린다. 여기에 모두에 사랑받아야 하는 프레드의 심적 부담과 그런 아버지를 둔 프레드의 가족의 어려움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인생은 어느 시점을 계기로 멈추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과 타인을 증오하면서 자신을 상처 내는 일을 멈추는 방법은 용서라는 것을, 그것이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교훈이 잔뜩 담긴 영화다.
뻔한 교훈을 담은 영화이지만 지긋이 상대를 바라보며 상대에게 긍정적인 면을 보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프레드를 보는 일은 쉽지 않다. 누군가를 용서하거나 화해를 위한 시도가 쉽지 않기에, 그것도 가까울수록 무심해서 더 잊을 수 없는 아픔을 평생 간직하게 만드는 사람을 용서한다는 일은 참 쉽지 않은 일이기에 편하게 볼 수 없었던 영화였달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라면 로이드가 아버지를 용서하는 계기가 너무 쉽다는 것이다. 아무리 판타지로 포장했더라도 그렇게 오랜 시간 고통 속에 살게 한 아버지를, 오죽하면 누나 결혼식에서 주먹을 날릴 만큼 분노하게 만드는 아버지를, 자신의 삶을 언제나 화가 나있는 사회 부적응자로 만든 아버지에 대한 용서와 화해가 너무 형식적이고 쉽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타인과의 갈등을 쉽게 허물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너무 교과서적인 교훈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살아가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피할 수 없으며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오해와 갈등을 자신을 위해서 피아노 저음을 내려치듯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꽤 괜찮은 영화다. 그리고 나와 아버지 그리고 나와 아들의 관계를, 가족을 다시 한번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