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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Apr 14. 2020

[환경] 볼드 저널 16

필환경 생활 Green Survival Lifestyle


잡지라 했다. 내 기준에서 잡지란 선데이 서울이나 스크린, 키노 같은 거다. 큼지막하고 칼라 풀하고 읽을거리보다 흥미를 자극하는 사진과 광고가 도배된 그런 것이다. 그만큼 내게 이 잡지는 참 독특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확고하다. 바로 환경. 사실 요즘 아주 핫한 그레타 툰베리를 보며 스위스의 한 초등학생이 그저 학교 가기 싫어 시작한 퍼포먼스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제주도 꼬마 화가 이수의 그림을 보고 '난 뭘 하나?'라는 생각이 아주 잠시 스치고 잊혔다. 그 소년의 환경을 넘어 인간관계 회복까지 아우르는 어른스러운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다.

사실 어른들은 다 알지만 모른 채 하는 일이 바로 한경이다. 지구를 살리는 일. 봐라 트럼프는 그러자 한 일도 없던 일로 해버리는 것을. 그런 일들을 초등학생들이 그냥 거침없이 해내니 자못 부끄러웠다. 그래서 이 책을 덥석 신청했다. 나도 뭣하나 변화할 수 있을까 해서.


친환경 장바구니와 미션 카드가 부록으로 왔다. 미션카드는 현대 백화점과 벌이는 이벤트가 네 장의 카드에 담겼다. 텀블러를 가지고 CAFE-H를 방문하면 커피를 공짜로 준다든지 같은. 그런데 이 엽서도 쓰지 않으면 쓰레기다.

느지막이 시작한 공부에 사회문제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소외나 사회적 불평등 같은. 물론 환경도 포함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못한다. 게으르기도 하지만 남들 다하는 건 왠지 더 안 하게 된다. 아직 회사에서는 종이컵을 쓴다. 그렇다고 아예 시도도 안 한 건 아니다. 여러 차례 텀블러를 사용하려 했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손이 불편한 나로서는 그걸 닦는 일은 성질을 버리는 일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래서 심신의 안정을 위해 종이컵을 쓰지만 동료들이 더럽다고 난리를 치지만 꿋꿋하게 이틀 이상 쓴다. 난 바이러스에 죽을 거라고들 한다.


첫머리에 '만든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안도했다. 최소한 이렇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이들도 일과되게 반성하고 있으니 나도 슬쩍 숟가락 올린다고 탓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불편했으면 좋겠다."라는 한 에디터의 말이나 지구를 살리는 것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먼저라는 한 연구원의 말은 적잖은 울림을 준다.

아토피 때문에 고통받는 은조의 이야기는 큰 딸아이가 고생하던 일을 생각나게 한다. 발바닥 피부가 고무신 벗겨 지 듯 발바닥 모양으로 떨어져 걷지도 못하고 울부짖던 때가 있었다. 별수 없이 스테로이드 연고만 바를 수밖에 없었던 그땐 미세먼지나 황사도 없던 시절이었는데도 그랬다. 은조처럼 가려워 깨고 긁다가 아파서 울고 쓰려서 울었다. 그 옆에서 우리 부부도 그저 쓰다듬기만 해야 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제주도에 3년 정도 살았다. 시간만 되면 맨발로 바다를 거닐었고 틈만 나면 바닷물을 길어다 목욕을 자주 시켰다. 그렇게 3년 정도 제주도에서 살면서 대부분 호전되었다. 다시 서울로 왔지만 예전처럼 심각해지진 않았다.

이 책을 왜 잡지라 했을까? 에세이에 뼈 때리는 칼럼, 인터뷰 가득한 이 책은 잡지라 하기엔 너무 묵직한 메시지가 넘쳐난다. 읽을수록 무릎 꿇고 반성하게 된다. 경포 바다에서 수거된 알록달록 쓰레기들이 결코 예쁘지 않은 것은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밤 하는 수놓는 폭죽은 바다를 죽인다.


책 속에는 쓰레기를 없애는 32가지 실천을 방법을 제시한다. 레벨 1~4단계를 참여하면서 제로 웨이스트의 고수가 되어 보는 것도 좋겠다. 또한 8가지 질문을 통해 좀 더 환경적 생각에 한발 다가가게 한다. 결정적으로 숫자로 보는 2020년 환경의 현주소를 짚어주기도 한다.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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