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된 마음에 빛을 더하는 시간
9년 동안 매일 글을 쓰고 있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인생과 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독자로 하여금 사색을 하게끔 만드는 가벼운 잠언서 같은 느낌이 든다. 무턱대고 인생을 가르치려 하는 게 아니라 바람을 담은 조언 같달까.
하지만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이들에게 조금은 천천히 때로는 느리게 가도 된다고, 그러면 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처럼 살짝 너무 뻔한 이야기도 하지만 여러 현실적 조언들을 읽다 보면 거슬리거나 하진 않는다.
느린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내가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는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내 걸음대로 살라는 이야기에서 도대체 내 보폭의 크기를 가늠조차 못하는 나를 종종 발견하는데 이곳에서 나는 또 멈췄다. 과연 그런 내 삶에서 어떤 보폭으로 걸어야 할까. 나는 무얼 찾아야 할까. 과연 행복이란 걸 찾으면 이 삶의 미션이 완성되는 걸까? 산다는 건 그런 걸까? 꼭 무얼 찾아야 하나? 내 인생, 처음이다 보니 참 어렵다.
저자가 흔들릴 때마다 9년을 외웠다던 주문은 내 입장에선 '왜?'다. 좀 적게 얻어도 된다면 때론 여유를 부리는 게으름도, 죽을 만큼 애쓰지 않고도 작은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텐데 저자는 그럴 때마다 자신을 다독였다니 좀 아이러니하기도 했다. 저자는 그래서 쉼이 절실하고 나는 늘 고만고만해서 쉼에 감동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말에는 다짐이 있고, 다짐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p120
그렇겠지. 지켜야 하는 말은 여간 고된 일이 아닌데. 대화는 대부분 듣는 쪽이 아니라 하는 쪽이다 보니 가르치거나 주장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나는 결이 통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결이 통하는 사람을 찾기만 하는 사람일까? 그도 저도 아니고 미처 결을 만들지 못한 사람일까? 도대체 나는 여태 어떻게 살아온 걸까. 그게 궁금해졌다.
이 책은 마음, 희망, 반성, 관계, 도약의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한 저장의 생각과 조언이 담겨있다. 툭 던져진 일상의 것들에서 나름 사색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읽어 내려가는 동안 느긋해지는 마음은 덤이 아닐까. 비 온 후의 주말 새벽을 풍요롭게 만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