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시간, 어느 공간 그리고 이어질 연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아무 것도 가진 게 없고 아무 곳에도 속하지 못해 빛을 찾아 세상으로 뛰어든 16살 소년과 갑자기 내던져진 세상에 15살 삶을 18살로 점프시켜 살아내야 하는 소녀의 만남을 보며 갑자기 쏟아진 폭우를 고스란히 맞은 것처럼 시원하고 신나고 두근거리는 일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 미친 퀄리티를 어쩌면 좋으랴. 전작 <너의 이름은.>과 많은 부분 비교하는 사람이 있긴하지만 과거 <구름 저편, 약속의 장소>라든지 <초속 5센티미터>를 떠올릴만큼 영상을 보는내내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 어디에 있던, 그 시간과 공간이 어디이던 분명 이어져 있다는 그의 특유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애틋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21세기에 인간 재물로 날씨를 다스린다는 말도 안 되는 황당무개한 이야기로 이렇게 사람을 간절하면서도 끈적하게 사랑을 그리워 하게 만들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끊이지 않고 비가 내리는 날씨를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잠시나마 맑음을 선물하는 '맑음 소녀' 히나는 세상이 맑아지는 만큼 자신의 몸이 투명해짐을 알고 세상을 위해 자신을 재물로 바치려 하고 처음 온기를 느끼게 해 준 히나를 놓치 않는 일이 세상을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호다카를 응원하게 된다.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고서라도 잡아야 하는 사랑이라면 달리 뭘 어쩔 수 있을까.
사실 청소년 범죄와 연상되는 불편한 장면들이 없지 않진 않다. 굳이 그 점을 영화의 옥에 티처럼 지적할 게 아니라 소외 계층 청소년의 현실적 문제를 함께 직면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서 호다카나 히나의 처지나 마음을 헤아리기는 커녕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처럼 우리도 사실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이지 않을지 모른다. 주위를 관심있게 둘러 보면 호다카나 히나처럼 한순간에 세상으로 내던져진 아이들은 차고 넘친다.
어쨌거나 시시콜콜 감독의 의도니 청소년 범죄니 하는 분석에 노력한는 것보다 보기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영상미를 충분히 즐기면서 두 주인공의 공간을 초월해 마음이 이어지는 장면들에 한껏 설레보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다. 아릿한 (인)연의 끈을 다루는 스토리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