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탈출하지 못한 그 아이
개인적인 소감은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다. 한 명의 캐릭터에 의존하지만 스토리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용병이라는 직업적 전투나 살인은 꽤나 거침없이 그러면서 잔인함을 갖춰 열과 성의를 다해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주인공인 브레드 같은 타일러(크리스 햄스워스)는 아들을 잃은 후 겪는 내적 고통은 용병의 입장에서 보자면 개연성은 낮다.
죽은 아들이 용병이라는 직업적 복수를 당하거나 그 비슷한 이유로 죽은 것도 아니고 림프종으로 죽었는데 심각한 부성애로 죽기 딱 좋은 임무만 불사하는 몸부림은 살짝 얘기가 딴 대로 샌듯하다. 잔인한 용병의 부성애로 영화를 끌고 가기엔 아들과의 이야깃거리가 너무 부족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높은 별점을 주는 것은 잔인하지만 인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제목도 '탈출'의 의미인데다가 처음부터 오비(루드락 자스왈)가 키워드라는 건 눈치챘지만 또래 거리의 아이를 내세워 이렇게 잔혹 동화로 마무리할 줄은 몰랐다.
두 마약왕들의 세력 싸움에 납치된 오비를 구하기 위해 사주(란디프 후다)는 닉(골쉬프테 파라하니)에게 구출을 의로 하고 불안하지만 닉은 타일러에게 의뢰한다. 하지만 사주는 자금이 동결된 보스가 비용을 지불할 수 없자 오비 구출이 확인되자 용병들을 제거한다. 이에 닉은 아이를 버리고 철수를 지시하지만 타일러는 끝까지 탈출 시키려 한다.
내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사면초가에서 아이를 탈출 시키기 위한 내용은 어찌 보면 그저 단순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갖는 심리적 갈등과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믿음 등이 드러나지 않게 깔리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그리고 매일 누군가의 아버지를 죽이는 아버지에게 정신적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오비와는 다르게 거리에서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죽이고 심지어 손가락을 스스로잘라야 할 만큼 절박한 소년의 직접적인 대비는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살인의 이유가 어떻든 아이들에게 총을 쥐여주는 일은 결국 어른의 잘못이다.
이 소년들에게 안전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 또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어른들에게 똑똑하게 보여준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소유물이나 도구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총구를 타일러를 겨냥한 아이는 끝까지 결국 탈출할 수 없다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마지막 장면에서 오비 너머로 등장하는 사람이나, 닉과의 로맨스가 없는 점이 혹시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