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기록하다
짙은 어둠 그 안에 반짝이는 별의 점들.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훨씬 이전에는 아마 특별한 도구가 없었어도 훨씬 많은 별들의 밤하늘이었다. 45년도 넘은 시간은 도시라고 해봤자 그리 휘황찬란하지도 않았고 강제 야간 소등을 해야 했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런데도 곰곰이 밤하늘 별들의 추억을 떠올리려 해봐도 생각나는 게 없다. 그저 북두칠성이나 그 아래 반짝이던 북극성 정도 찾아내는 수준이 고작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빌 나이가 말한 '경외심'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닿는다. 첫 사진 페르세우스 유성부터 그렇다.
크고 선명한 사진은 상상력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게다가 사진도 사진이지만 항성과 행성, 유성, 은하 같은 우주에 관한 지적 수준을 뽐뿌질 할 수 있는 학습적 설명도 곁들였다. 그야말로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까지 더했다.
그나저나 궁금했다. 이렇게 오묘한 안드로메다를 우린 뭔가에 정신이 팔렸을 때 왜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고 표현할까? 너무 멀어서? 안드로메다은하가 뿌옇게 구름처럼 보여서? 참 요상한 일이다.
저자의 이어지는 설명에 '멸종'이란 단어가 겹쳐졌다. 지구상에도 곧 사멸될 여러 종들을 살려보자고 애쓰는데 그게 땅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하늘에서도 마찬가지라니. 우주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발전된 도구만큼 현대 문명은 역으로 더 밝아져 우주를 쉽게 볼 수 없다.
별을 보기 위해선 그 발전된 도구를 짊어지고 개발이 덜 된 국가나 도시의 산등성이를 찾아 더 멀리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미래엔 우린 더 이상 별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밤하늘에 별이 없다니. 상상할 수 있을까?
끄악! 책에 은하나 성운까지의 거리를 광년 광년 하길래 피부에 닿지 않아 찾아봤다. 1광년의 거리는 무려 9조 4,605억 3,000만 km 닷!!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신비한 대마젤란은하는 지구에서 무려 160,000광년 떨어져 있다! 도대체 상상도 안 되는 이 거리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이게 더 신기하다. 역시 인간은 우주만큼이나 경외스럽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것 중 하나는 신비한 우주의 모습만 아니라 우주 비행선이나 우주 정거장 같은 실물로 보긴 어려운 것들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한데 개인적으로는 이 엄청난 사진들이 보다 선명한 인화지에 인쇄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었다. 출판사에는 미안한 일이겠지만 뜯어서 액자에 넣어도 훌륭하겠다 싶다.
나사 공식인증 도서인 이 책을 보는 것만으로 천문이나 우주를 꿈꿔보게 만들 순 없을지 몰라도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 단순한 우주에 대한 기록은 분명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