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솔로 시대, 우리는 왜 혼자 사는가
기혼자의 입장에서 제목의 '혼자여서 완벽'이라는 문장에 입꼬리가 실룩 댔다. 완벽이라 할 만큼 비혼자의 선택이 언제나 옳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때때로 '부럽다'는 생각을 하는지라 이중적 감정이랄까. 예능에서 조차 적나라하게 보여주듯 혼자 사는 일이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연예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겠지만 어쨌든 그동안 미뤄뒀던 하고 싶은 것들을 해치워버리는 듯한 태도의 자기 계발은 행복한 솔로라는 점을 대놓고 부각하는 데는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저자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불평등을 점점 더 끝으로 끝으로 벌리는 양극화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소확행은 그저 매운 떡볶이를 입에 가득 밀어 넣고 쌓아뒀던 스트레스를 풉네 하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 아닌 '확실한 소비가 가능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더럽고 치사하고 엿같아도 벌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주는 비자발적 '비미족'의 의미는 씁쓸하지만 적지 않은 공감을 준다.
청년 실업이 일상화되고 더군다나 아이 양육이 버거운 현실이 출산율 저하나 비혼 증가라는 국가 시스템의 문제를 주장하는 청년세대는 그럴 바에는 혼자 살면서 적게 발어도 마음 편히 쓰겠다는 소비 주체로 나섰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현상은 상당히 이율배반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사실 과거 세대 역시 그 세대만의 시스템의 문제는 있었고 나름의 경제적 쪼들림은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월급을 '쥐꼬리만 하다'라고 했을까.
물론 돌이켜보면 지금의 청년 세대가 기회조차 없이 박탈감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하며 느낄 만큼 더 어렵다는 건 이해한다. 그래서 비혼은 적당한 개인주의적 발상의 사회문제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시 말하지만 가끔 부럽다는 게 함정이다. 젠장할!
대부분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살짝 꼰대스러운 입장에서 짚고 싶은 내용이 있다. 개인적으로 놀란 지표이기도 했는데 학자금 대출이 필요한 학생 비율이 13.9%인데 청년 빈곤의 문제를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을 내세우는 건 논리적으로 약하다. 그렇다면 학자금 대출을 하지 않은 86.1%의 청년은 빈곤하지 않은가?
그리고 사실 매년 옥죄듯 정부가 발표하는 출산율의 맹점에 우리는 속는다. 출산율은 결혼하고 난 후의 문제인데 비미족을 포함한 모든 청년층의 문제로 본다. 결혼은 했지만 출산을 선택지에 올려놓지 않은 기혼자들이 얼마나 될까? 주변을 둘러봐도 일단 결혼을 하면 자발적 비출산은 별로 없다. 둘 이상 낳는 문제엔 손사래 칠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출산율을 결혼을 하지 않는 청년들의 문제로 몰아가는 건 치사하다. 출산율은 기혼자의 문제다. 다시 말하면 출산율을 높이려면 우선 결혼을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이런 현신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사실 워라벨을 꿈꾸게 만드는 사회는 그만큼 직장 다니는 것이 행복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며, 직장인은 일이 주어지는 것을 '떨어졌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위에서 뚝 떨어진 일이다. 그러니 즐거울 리 없지 않은가.
"지금의 사회적 지위를 놓고 싶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은 이고 통을 책임감이라고 느끼지만, 타인의 존재나 시선에서 조금만 벗어나 오로지 나 자신만을 생각할 수 있다면 고통은 그냥 고통일 뿐이다." p56
노동의 본질이 고통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복잡다단한 책임감의 무게를 개인의 고통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 책임감이 없으면 가족이 유지될까 싶다. 그리고 혼밥은 관계의 단절이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혼자가 좋아서가 아니라 관계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한 게 혼밥이다."라는 퍼셉션 최소현 대표의 이야기는 공감의 크기가 장난 아니게 컸다. 1인 가구가 늘어 혼밥 인구가 느는 게 아니라 결국 관계의 문제라는 지적은 감탄하게 된다.
현대는 확실히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을뿐더러 그런 사람들은 여럿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침묵은 더 불편하다. 그러니 어차피 혼밥러가 되려 할밖에. 역동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현대인에게 관계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관계망을 넓히기 어려운 혹은 꺼리는 사람에겐 느슨한 네트워크가 해답 일지 모른다. 혼자 하지만 함께 하는 것들. 하지만 언제든 멀어질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한 시대일지도 모른다. 집의 재발견이랄까? 퍼즐 주택은 취향저격이라기보다 '취향 존중'이란 느낌이 강하다. 솔직히 내 취향이 어떤지 선명하진 않고 비미족은 더더구나 아니면서 살아보고 싶은 집이다.
이 책은 비혼은 더 이상 떠밀려 버텨지는 비자발적인 것이 아닌 자발적 선택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있다. 동시에 고독이나 외로움 역시 선택에 따른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혼이라는 화두를 제목처럼 단순하게 흥미로운 소재로 소비하지 않고 경제학을 논리에 두고 경제 분석이나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힘을 키우게 한다. 또 비미족들의 인터뷰나 알아야 할 이슈를 픽(pick)해서 좀 더 농밀한 사회 문제의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을 선사하는 보기 드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