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목 Jun 21. 2020

[재테크] 요즘 애들을 위한 슬기로운 재테크 생활

: 밀레니얼의 돈 관리 가이드

시크릿 가든에서 주원이가 했던 대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다름 아닌 돈에 관한 거였다. 길바닥에서 주원이가 길라임에게 이랬다.


"넌 통장에 얼마 있어? 너는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알지만 너와 다른 쪽 사람들은 자기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몰라. 매일, 매분, 매초 마다 국내외 통장 잔고가 불어나니까."라고 말이다. 이 말이 재수 없기는커녕 내겐 현타였는데 이 책이 다시 곱씹게 만든다.


저자는 본인이 남의 빚을 떠안게 되는 억울한 상황을 계기로 돈 공부를 시작해서 전문가가 되었다는 사연을 통해 보통 사람들이 어렵게만 느끼는 금융이나 재테크의 입문을 돕는다.


투기와 투자가 다르고 또 투자와 탐욕이 어떻게 다른지, '돈'을 좋아하면 왜 속물처럼 취급받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럽다는 저자의 거침없는 팩트 공격에 움찔했다. 반면 나는 저자가 자본주의 사회에선 절대 그러면 안 된다는 돈에 관심이 없는 '척'하는 걸 미덕으로 아는 '돈맹' 부류다.


박봉인 줄 알지만 얼마의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오고 얼마나 나가며 얼마나 쌓여 있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내가 다 알아서 한다. 결혼부터 골치 아픈 돈 관리를 쭉 아내에게 떠 넘겼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정확히 말하자면 번다기보다 뚝 떨어지길 바라는 입장이다. 내 노동을 제공하고 버는 돈은 가급적 조금이지만 불노 소득은 많이 벌 수 있다면 말이다. 로또도 사지 않으면서 당첨을 바라는 사람 중에 하나다.

오래전 이긴 하지만 담배 좀 피우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주위에서 "담배값 모으면 집도 샀겠다"라는 말을 듣곤 했는데 저자가 말한 카페라테 효과를 읽으며 공감을 하면서도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커피 값을 절약한다는 의미로 카페라테는 포장 커피 등 다른 대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담배는 곤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저자의 말대로 돈을 아끼려다 스트레스받는 건 현명하지 않으니 절약이 아닐지도.


"돈이란 많이 번다고 모아지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지출은 미루고 쓰지 않을 때 모아진다." p33


절약을 필두로 효율적인 돈 관리를 위해 상황에 따라 관리 가능한 통장 5개를 관리하는 법을 설명하는데 아예 기준 이하인 나는 그저 입이 떡 벌어졌다. 돈 모으는 일은 확실히 쉽지 않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돈을 모으려면 목표와 자금흐름이 일치하되 돈이 '나'를 중심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 아무리 미친 듯이 일해도 되돌아오는 돈이 없다면 노동의 가치는 공중으로 흩어져버린 것에 불과하다." p61


나만 눈물이 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근로소득에만 기대고 있는 나는 두 아이들이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대학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면 65세까지 죽어라 일해야 하는 계산이 나온다. 그전에 우울증이 오지 않을까? 대부분의 소시민이 막대한 유산을 받지 않는 한 종잣돈을 만들고 그 돈으로 돈을 불리는 투자로 통장을 불리는 일은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욜로를 외치는 청년 세대가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불평등, 불공정 같은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사회 구조적 시스템만 논하기보다 현실을 실질적으로 개척해보려는 청년들에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소개된 주택청약통장뿐만 아니라 얼마 전 수업에서 대학생들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급을 쪼개 국민연금을 들고 있는 학생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민연금이 가입 기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청년이 몇이나 될까? 돈이 돈을 벌기 전에 정보가 돈을 번다. 그러려면 공부는 필수다.

이 책은 단순히 돈을 '어떻게 모아라'라는 식의 재테크 가이드가 아니다. 제목처럼 생활 속 금융에 관한 기본적 자세를 짚어준다. 이를 통해 쇼핑, 통장, 보험, 퇴직연금, 금융상품 , 환율 등 자세한 관리법을 설명한다. 그야말로 '나'를 중심으로 '돈'이 흐르게 하면서 절세, 이자 등 저절로 쌓이게 만드는 마법이 가능하게 되는 비법을 담고 있다.


이제 막 사회에 내던져진 청년들에게 꽃길이 펼쳐진 미래를 선사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욜로는 골로 보내야 하는 게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재테크를 넘어 금융 컨설팅까지 쉽고 명확하게 한다. 돈에 무지한 내가 읽기에도 충분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