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목 Jul 08. 2020

[심리] 심리를 처방합니다

: 나를 알고 사랑하는 이들을 이해하는 심리 카드 29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독자 서평'을 읽으면서 글쓰기 전 흰 화면에 커서가 깜박일 때처럼 멍해졌다. 어쩌면 세계 수많은 청년이 힘들다고 토로한 29의 카드가 다 내 감정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만큼 요즘 내 감정은 불안하고 심란하다. 주춤거리듯 그런 요동치는 감정으로 천천히 더듬듯 읽기 시작했다.


상담가에게 천천히 질문받듯 목차를 읊조리며 한 자 한 자 눈으로 입으로 읽었다. 인격, 자만, 내향성, 공허, 가능한 자기, 자기주장, 피터팬 증후군, 아버지, 자립이란 주제가 마음이 쓰였다. 특히 아버지는 내 아버지와 아버지로서의 내가 동시에 어렵고 불편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내 이야기가 아니길 바라기도 혹은 차라리 내 이야기여서 내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알고 싶기도 한 양가감정이 들었다.

"영유아기에 부모와 상호 신뢰, 즉 애착을 형성했던 방식이 성인이 된 이후 상대방과 친밀 관계를 맺는 일종의 ‘틀’로 자리 잡는다." p20


이 책은 상담가와 친밀한 눈 맞춤이 없는데도 가만히 앉아서 차분한 마음으로 마치 상담을 받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다. 궁금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감정의 타래를 '상담'과 '처방'으로 나눠 진지한 성찰을 해볼 수 있다.


물론 몇 회기에 걸쳐 자세하고 내밀한 상담을 받은 것처럼 훌륭한 치료가 될 수야 없겠지만 어느 정도 고민스러운 부분은 후련하고 홀가분하게 '정리'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으로 부족하다면 들 때 상담가를 찾아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심리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이렇게 감정에 따라 진단과 처방을 함께 해줬던 책이 있었나 싶다. 현재의 감정 상태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들쳐 보면서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사전 같달까. 두고두고 펼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자연스레 나 스스로의 감정이나 타인과 얽힌 관계는 실타래 풀리듯 풀릴 것 같은 믿음이 든다. 이 책, 어쩌면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공허감은 복잡한 감정 상태에 대한 주관적 묘사다." p159


'내적 감정의 빈곤'이라 진단된 이 공허감으로 무력감이나 의욕상실을 경험치는 사람은 때론 뭘 해도 채워지지 않은 헛헛함으로 상당히 애를 먹는다. 우울감과는 분명 다른 감정으로 종종 아무것도 하기 어렵기도 하고 뭘해도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픈 것처럼 헛헛할지도 모른다. 나는 종종 그렇다.


29개의 감정 중 가장 유의 깊게 생각했던 것은 다름 아닌 26번째 '아버지'였다. "'아버지'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의미를 지닌 단어다."라고 할 정도로 복잡다단함을 오십 년 넘게 몸소 수긍 중이다. 평생을 본인의 음주 가무로 가정적이지도 책임감 넘치지도 않았던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이라곤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라는 다짐과 오기뿐이었다. 한데 아버지의 양육이 올바르지 않았다는 점을 알면서 내가 아버지가 된 후에 음주 가무는 다짐처럼 하지 않지만 올바른 양육 태도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지 못하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아버지도 아버지가 처음이어서"라는 말로 청산이 될까.


어쨌거나 올바른 양육의 태도는 일관성 있는 '권위형' 양육 방식이라니 이미 사춘기를 앞둔 초등 6학년인 아들과의 관계에서 늦었을지 모르지만 새롭게 시도해 볼 요량이다.

이밖에도 자신이 여태 인지 못했던 감정까지도 알게 되는 순간을 깨닫기도 하고 이미 알고 있었던 자신의 성격이 다소 의외의 상담이나 처방이 내려질 수도 있음을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심리학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세이] 답장이 없으면 슬프긴 하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