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디자인경제
디자인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경제의 관점으로 넓게 확장하려 했다는, 저자가 말하려는 디자인이 파는 기업가 입장에서 사는 소비자 입장으로의 디자인 측면으로 변화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다시 말해 디자인을 경제 이론으로 풀어낸다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의 미래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자기 안에 있는 경쟁력부터 확인해야 한다. 각자 자신을 기업으로 인식하고 경영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p23
"디자인경제는 단순하게 판단되는 경제적 가치를 디자인이라는 유형의 정보로써 경제 주체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p37
살짝 쉽지 않은 말이다. 나는 단순무식하게 디자인이 외형적 '꾸밈' 혹은 '멋짐' 같은 시각적 효과라는 정도로 이해하는 수준이니 디자인이 경제를 품었을 때 의미를 해석해야 하고 그 의미의 파급을 쉽게 연결되는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여러 일화나 사례를 들어 이해의 속도를 빛보다 빠르게 전한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19' 이후의 경제는 '판'을 다시 짜야 할 정도로 들썩이는 요즘 저자가 말하는 공간의 의미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공간에 대한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p85)"
저비용과 고비용의 제품이 시장에서 같은 가치를 지니게 되면 고비용의 제품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그레샴의 법칙처럼 현시대의 시장은 유무형의 '가치'에 우리는 열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강남 코엑스 앞 한전 부지를 두고 국내 두 기업의 관점이 다른 가치 분석이라든지 이케아와 SK의 콜라보가 만들어 내는 1인 가구에 맞는 주거형태의 모델 제시는 공간에 대한 경제 관점으로 꽤나 흥미롭고 재밌다. 또 알라딘에서 '중고 도서'가 만들어내는 순환 시스템과 호주의 이방인에 대한 정책을 통해 보여주는 '공유 경제학'이란 시사점은 미치 깨닫지 못한 데서 오는 놀라움이 있었다. 다양한 생각이 더해지면 재밌는 새로운 아이템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맥도날드와 서브웨이, BTS나 퀸 같은 문화적 가치는 보는 말해 뭣하랴.
문화적 향유나 제품, 여행 등 소비되는 모든 것들에서 경험은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자신을 구성하고 그래서 인간의 거의 모든 경제활동은 개인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백퍼 공감한다.
"감정은 분명 소비된다." p164
이 짧은 문장에서 찌릿한 이유는 정확히 집어낼 수는 없지만 '감정' 혹은 '소비'이겠지 싶다. 인간의 감정이 시스템처럼 일정한 것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생산되는 것도 아니라서 그럴 테지만 '소비'된다는 말이 왠지 서글프다. 그래도 한때는 설렜던 여인에 받았던 스콜피온스 LP는 그때 감정이 모든 트랙에서 흘러나오는데 그저 소비된다는 말이 맞을까?
예전에 스타벅스가 있는 주변엔 이디야가 반드시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이미 스타벅스가 면밀히 상권을 파악했고 입점으로 '스세권(스타벅스 상권)'이 형성되기 때문에 맛으로 승부하는 게 아닌 이상 손해날 게 없다는 말이 빈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스벅은 커피보다 공간을 파는 곳이라니.
막판에 빈정이 확 상했다. 아무리 사적 감정일지라도 갑질의 중심에 있는 배민을 이렇게 친 고객적이고 B급 문화와 키치를 앞세워 조직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호평하는 건 탐탁지 않다. 처음이야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갑질에 경영 윤리도 바닥인 회사로 뉴스에 오르내리는 기업인데.
왜 디자인 책일 거라 생각했을까? 노란 컬러감과 표지 일러스트 때문에? 다자인경제라는 문구에서 디자인만 보였을까?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디자인을 중심에 놓고 경제를 풀어 나가는 게 아니라 경제를 전반에 두고 디자인적 요소를 덧칠하는 느낌이다. 공유, 공간, 사람, 문화 같은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주제를 통해 디자인에 녹아든 경제를 쉽게 풀어낸다.
색다르면서 묵직하게 자신의 경제 관점을 짚어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홍대 앞에 홍대생이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원래 노는 건 다른 동네에서 놀아야 더 재미있다. 그리고 붕어빵에 붕어 없고, 칼국수에 칼은 없잖은가. 너무 생뚱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