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
예술이 기술이 아닌 이상 굳이 쓸모에 대해 논해야 하나 싶은 제목이었다. 한편 세상 모든 것이 쓸데가 있어야 비로소 가치를 찾게 되는 현시대가 반영된 듯해서 흥미롭기도 한 책이기도 했고.
관성대로만 살다 보면, 눈앞의 문제에 매몰되어 답을 찾기 힘듭니다. 그럴 때 예술은 우리가 좀 더 넓고 새로운 시야를 가지도록 도와줍니다. 얼어붙은 삶의 감각을 깨워주는 것이지요. p6
들어가는 말만 읽었을 뿐인데 기대감이 폭발해 이미 심장이 나댈 정도다. 예술적 DNA는 물려받지 못한 탓인지 미술관은 멀기만 한 사람이다 보니 이런저런 독서를 통해 보고 들은 화가들의 삶이 흥미롭긴 했지만 이렇게 스토리텔링이 덧씌워져 푹 빠져들게 만들었던 책이 있었나 싶다.
삶의 기쁨은 디테일한 관찰을 통해, 다시 말해 우리 감각을 한껏 확장시켜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생겨납니다. p35
멀리 그리고 가깝게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한 건 박물관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필요하다고 조언하는 그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관계를 통찰하는 방법일 수 있겠다. 희미했던 것들이 가까이 보면 선명해지는 순간, 우리의 편견이 흐려질 수 있지 않을까.
다비드의 인생을 통해 기회를 포착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다른 한편으로 기회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는 관점의 차이가 어쩌면 그림을 보는 관점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되는 인물을 둘러싼 시대상이나 작품에 대한 여러 해설은 마치 친절하고 거대한 도슨트의 어깨에 올라타 예술가들의 삶을 조망하고 그들을 통해 삶의 통찰까지 꿰뚫고 있는 것처럼 죽은 감각을 살려내는 듯 생생하다. 특히 개인적으로 좀 생소했던 카라바조를 알게 된 것과 그의 그림을 보는 건 흥분되기까지 했다. 게다가 페기 구겐하임을 설명하는 문장은 예술적이기까지 하지 않은가. 예술에 관한한 그의 깊이는 실로 경이로울 정도다.
복잡한 사회일수록 더욱 중요 해지는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자신만의 관점을 기르고,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을 기르는 일이지요. 자신만의 기준을 내면에 단단하게 가지면서, 종종 세상의 기준에 '아뇨'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반역의 시선,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마그리트와 팝아트 작품에서 배울 수 있는, 오늘날 꼭 필요한 관점이 아닐까요. p263
수많은 예술가들 중에 고갱을 가장 마지막에 자리하게 한 이유가 고갱의 삶을 통해 '진정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는 게 아닌가 싶다. 예술적 감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공대 출신의 그가 우연히 경험한 예술의 세계가 인생을 바꾼 것처럼 운명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인생의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통찰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 진정 쓸모 있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