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오래된 미래, 언택트 쇼크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예측 불가능' 하다는 사실에 대한 확인이 아닐까. 더욱이 전문가 집단에서 2020년에서 2025년으로 순간 이동한 것처럼 변화되고 변화될 모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니 더 불안해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변화는 확실히 가시화되고 있고 이런 흐름에 넋 놓고 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라서 집어 들게 된 책이 이 책이다.
이 책이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모두 언택트, 비대면을 내세우며 '단절'을 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때, 이런 비대면 뒤에 존재된 '연결'에 초점을 맞춘다는 거였다. 하여 현대 사회가 갖는 초연결의 피로도를 낮추는 계기를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지적은 어찌 보면 코로나 팬데믹을 관통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우린 단절을 준비하되 연결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은 옳지 않은가.
코로나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고3인 딸에게 수능 면접을 온라인으로 치르는 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던 터라 삼성의 비대면 입사 시험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과연 이런 비대면 면접에 대해 유불리를 생각해 본다. 근자감이 무기인 딸아이는 면접관 앞에서 자신 있는 표정과 여유로운 목소리 톤은 면접에 유리할지 모른다. 하지만 컴퓨터나 모니터의 성능에 의존해야 하는 면접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 그대로 예측 불가하다. 이런 상황이 불안한 상황을 더 증폭시키고 있는 게 아닐까.
비대면의 과거와 현재를 둘러보는 1부, 그런 방식의 변화가 일상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2부로 총 두 개의 심플한 구성이지만 내용은 단순하지 않다. 뻔하게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한 산업 구조의 변화나 예측을 다루는 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상황과 변화에 대처하는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닿게 만든다. 솔직히 얼마 전에 읽었던 유명 미래학자의 뻔한 예측보다 뼈때리는 현실감 있다.
전통적으로 대면 서비스가 기본인 사회복지 현장도 충격파가 만만치 않다. 부랴부랴 대책을 논의하고 대안을 찾아보려 애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시화되는 건 사실 뚜렷한 건 아직 없다. 일부 서비스의 경우 가능하지만 개설된 프로그램이나 치료를 직접 참여하는 시스템의 구조는 인원을 줄이는 방법 외엔 딱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부 영상으로 제작하거나 실시간 참여로 시도는 하고 있지만 즉각적인 수정이나 교정이 불가능하므로 많은 부분 제한적이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제공자의 입장이 아닌 서비스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소비자의 선택은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 상황이 답답함을 넘어 막막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임시방편으로 해봤자 효과적이지 못한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
개인적으로 '비대면 활동의 정착 가능성을 확인하는 세 가지 질문'에서 두 번째 질문인 '비대면 방식이 기존의 대면 중심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주목하게 된다. 한국의 문화적 정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해야 한다는 암묵적 지시가 존재한다. 그리고 여기서의 대면 관계는 어쩌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지 혹은 확장에 노력해야 하는 일이 당연할지 모른다.
이런 사실에 따른 초연결 사회의 피로도는 비대면이라는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반면 지극히 개인적인 명상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공감이나 교류를 느끼려는 '연결'에 대한 갈급함을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혼자 하던 것들이 이젠 반대로 커뮤니티 형태로 발전된다고 소개한다.
코쿠닝(Cocooning)으로 대변되는 비대면 커뮤니티는 작은 소규모의 형태나 모이는 목적이 명확하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예측은 비대면 사회복지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참고할 만하고, 캐어몽거링(Caremongering)이라는 돌봄 퍼트리기처럼 미시적 지역성으로 자리 잡을 것에 대비하게 한다. 또한 비대면 상황에서 재택근무의 실효성을 두고 적잖은 논란이 있는 것을 알지만 '재택근무용 패션 스타일'을 코디해서 판매하는 곳이 생기는 것을 보니 기발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거나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업이 성장세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욕심 같아서는 사회복지 역시 재택근무나 탄력 근무에 좀 유연해질 수 없을까를 생각해 본다. 디지털 혁신은 지속될 테고 코로나19도 더 이상 팬데믹으로 지속되진 않겠지만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본다면 어쨌거나 고민해 볼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 전후의 예측이 난무하는 요즘, 이 책은 어느 한 분야를 평가하거나 진단하는 게 아니라 가시화된 변화를 들여다보며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주고 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