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10년 전 책을 개정판으로 기획할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10년 전에도 이미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 않는다'라는 우려가 있었을 텐데 일상의 편의성을 위한 수많은 기술들이 나오고 AI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걱정하게 만들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이때, 강산이 온전하게 변한 이 시점에도 사람들의 생각은 여전히 멈춰있다고 보는 작가의 관점이 궁금했다.
10년 전,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으로 사람들은 많은 정보를 흡수해 똑똑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과는 달리 결코 더 똑똑해지거나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그동안 자신이 오해했던 '정보의 양'과 '정보 습득 방식'의 문제를 통해 '왜 우리는 똑똑해지지 않는가'에 대해 신랄하게 이야기한다.
총 2부 10장에 걸쳐 뇌과학과 문자, 인터넷 등의 도구 사용에 따른 인간 사고 능력 저하에 대한 '증명'을 하려는 저자의 노력(?)과 AI와 4차 산업혁명이 무섭게 발전하는 이 시기에 '어떻게 똑똑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흥미롭게 만든다.
시작부터 빠져들게 되는(개인적으로 읽는 즐거움을 추구하는지라) 단순하게 읽는다는 행위로 보자면 '미묘한 뉘앙스의 의미와 맥락을 따라 탐독하는 것'과 '짧고 빠르게 방대한 양의 내용을 읽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은가에 대한 질문은 사람마다 분명 다르겠지만 소위 습자지 같은 지적 수준을 갖춘 사람이라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다면 조용히 입 닥치고 있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의 방대한 정보를 그저 서핑으로 따라가는 수준과 250쪽에 달하는 고전을 냄비받침이 아니라 탐독하는 사람의 차이는 분명 확연할 거라 믿는다.
머제니치의 가소성 실험에 대한 내용은 분명 잔인하지만 놀라운 발견이고, 뇌 구조가 엉망으로 꼬인 신경 지도를 재구조화한다는 신경가소성은 중추신경 손상으로 여러 신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더 놀라운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운동신경을 끊임없이 사용하면 새로운 신경 지도가 형성되고 다시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는 솔직히 허무하다. 그 결과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그에 동시에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는 단전에서 끌어 올려지는 빡침을 수반하는지 연구자는 말하지 않는다. 가타부타 결론만 이야기하기 좀 그렇다. 또 모두 동일한 결과도 아닐 테고. 이런 신경 가소성은 결국 장애가 극복의 패러다임으로 빠지지 않겠는가.
또 저자는 '기술은 혁명적 사고를 만든다'라고 하면서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의지 표현이며,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인간의 생존, 감각, 욕구, 지적 능력의 네 가지 영역에서 도구의 사용을 통해 주변 환경의 통제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하여간 어렵지만 어렴풋이 풀어보자면 철학자가 기억 속 이론을 복기하며 열라 손글씨로 이론을 펼쳐 내던 일을 타자기 하나 앞에 두고 손가락만 톡톡 거리는 일은 그만큼 쉽지만 글이 단조로워지고 머릿속의 이론은 정리될 시간이 없게 되는 걸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그건 기억력이 이는 바람에 휙 날아가는 현대인의 특징과 같다는 거다.
"우리의 뇌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다면, 심지어 대체된다면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그들의 안일한 추측은 여전히 흥미와 동시에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p282
저자의 우려 섞인 경고를 그저 흘려 넘기기엔 기술은 분명 예측 불가능해졌다. 대다수의 미래학자나 기술 관련 도서들에서 2018년이면 AI가 탑재된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돼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냈지만 2020년도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구글이나 테슬라의 인공지능 자동차는 여전히 위태위태하다. 확실히 현실은 이론가 다르다.
책을 읽는 동안 대부분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현재 우리의 지적 탐구는 두꺼운 고전이나 논문에 의지하는 것보다 인터넷의 하이퍼링크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단기 기억 상실과 같은 수준의 기억력 감퇴를 겪고 있다는 데 있다. 다만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편리함이나 긍정적 부분, 예를 들면 보다 안전한 무인자동차가 나온다면 운전할 수 없었던 다양한 장애인은 삶의 확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결국 손안에 세상을 안겨 준 스티브 잡스도 자녀들에게는 스마트폰 사용을 하지 못하게 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기술의 발전과 이용은 다르게 분리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쨌거나 흥미로운 책임에는 틀림없다. 단순하게 과거와 현재의 시점 속에서 더 이상 사유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흐름을 지적하겠거니 했던 섣부른 예측으로 가볍게 덤벼들었는데 이리 멀미 나는 과학의 세계로 빠지게 할지 몰랐다.
이 책은 뇌과학을 비롯해 기능적에 대한 많은 주장과 논증이 펼치는데 솔직히 내 수준으로는 어지럽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 코로나 팬데믹 같은 예측 불가능한 이 시기에 읽기에 딱 맞아떨어질 만큼 후회하지 않을만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10년 후 또 개정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