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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Oct 22. 2022

바자회 소회

: 전 장사꾼이 아닌데, 아시지 않나요?

어느 기관이든 지역 내에서 복지관을 가장 쉽고 빠르게 각인시키는 방법 중에 하나라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자회다. 시작하면 연중행사처럼 당연해지는 일이기도 하고.


그동안 코로나19 덕택(?)에 자잘 자잘 하게 미니로 하던 것을 기존 규모로 준비했던 바자회가 드디어 끝났다. 복지관 큰 행사이기도 하고 주무팀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몸도 마음도 고된 행사다.


피곤에 절어 바자회를 끝내며 마음 정리를 해본다.


6시 30분. 동트는 새벽빛을 보며 출근한다. 나는 장애인콜택시 상황에 따라 더디 나가는 덕(?)을 보지만 다른 직원들은 이미 출근해 바자회를 준비하고 있다.



7시 30분. 함께 있다고 몸으로 때우는 일은 거들지 못하지만 함께 있지 못하고 차 안에서 풍경만 보다 도착하니 준비가 거의의 끝나가고 있다.



어쩌면 바자회의 하이라이트가 될 3번의 경품 추천! 1,000장의 쿠폰 중에 100여 장의 행운이라니 너도 나도 기분 좋은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역시 공짜는 좋은겨!


비타민류와 습윤밴드, 스킨가드 등 잔뜩 실어 동아제약에서 차를 통째로 보내 주었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새벽부터 준비한 바자회는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정리가 끝났다. 다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해졌다.


지역 주민과 함께 축제처럼 준비한 바자회는 복지관이 돈벌이로 준비한 장사가 아니다. 이렇게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생고생해서 마련된 수익금은 지역 내 장애인 및 취약계층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사용된다.


그래서 의류와 의약품, 생활용품, 먹거리 등 다양한 기업과 상점에서 기꺼이 후원을 해주는 것이고 우린 그걸 품을 팔아 저렴하게 지역 주민과 나누는 선순환을 만드는 일이다.


한데 이번에도 그렇지만 감정노동이 심해 할 때마다 이걸 왜 하고 있을까, 싶은 자괴감이 든다.


시중가보다 엄청엄청엄청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의미 있는 일임을 강조하지만 바자회에서  이렇게 비싸게 파느냐, 부터 티켓을 쓰다 남은 돈은  환불은   주느냐, 까지 정말이지 그렇게까지 아까우면   가고 돌아다니며 속만 긁느냐고 따지고 싶은데 우린 웃으며 복지관이다 보니 현금을 주고받으면  되고, 후원받은 물품이라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어머님, 아버님, 아줌마, 아저씨도 아시지 않느냐, 바자회 수익금은 모두 우리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백만스물한번째 설명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녹음기에 녹음을 해서 틀어 놔야겠다. 내년은 안 하면 주민들은 아쉬울까?


어느 복지관이든 바자회 수익금은 직원들 배를 불리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다. 바자회에서 플렉스 하는 일은 백화점에서 플렉스 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물론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도 있기도 하고.


어쨌거나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니 새벽이슬 맞고 준비하는 사회복지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야박한 장사꾼으로 생각지 말기를 진심 바라본다.


#흥인지문 #바자회 #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가치를_사는_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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