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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Aug 26. 2019

벤 이즈 백

더 이상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시작되지 않아!

출처: 다음 영화 '벤 이즈 백'


가족을, 아니 자식을 포기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이 영화는 관객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대한민국 현실에서 특정 계층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은밀하고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느낌이 다분하긴 하지만 이 마약중독이라는 주제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는 의도치 않게 피해자가 되었고, 또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되는 상황에서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의 고통을 조명한다. 여기에 무조건적인 모성애는 알지만 그래서 더 아프고 강하다.


또한 대부분 주인공의 역할과는 다르다. "우리 애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그래요."라는 피해자 코스프레가 아니다. 가해자인 그 나쁜 친구인 벤(루카스 헤지스)은 마약중독으로 재활센터에서 지내며 이웃과 가족 심지어 자신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하고 힘겹다.


출처: 다음 영화 '벤 이즈 백'


중독이라는 심리적 불안이 전해져서일까. 시종일관 벤의 행동에 조마조마하며 집중하게 된다. 양아버지 닐(코트 B. 반스)와 여동생 아이비(캐서린 뉴튼)의 의심 가득한 눈빛과 태도와 비난이 줄곧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나 역시 벤을 의심한다.


하지만 벤의 고통스러운 마약중독이 의도치 않은 것이었다는 사실과 벤을 그렇게 만든 마약성 진통제를 과다처방한 의사에게 은밀하게 저주 섞인 비난을 해대는 할리(줄리아 로버츠)의 인간적인 모습이 놀라우면서 당황스러웠다. 벤이 가해자에서 피해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의든 타의든 어쨌거나 벤은 마약중독이 되었고 친구를 끌어들이고 심지어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에 더 심한 중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더 이상 아무도 그를 믿지 않는다. 그리고 돌아온 벤을 향한 복수와 위협, 그 참혹한 이야기는 시종일관 조마조마하고 예의주시하게 되는 시선에 많이 피로함을 느끼게 한다.


'돌아왔다'라는 암시가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마음이 먹먹해진다. 반복되는 절망과 끊어내야 한다는 다짐이 매번 시답지 않은 유혹에 무너지는 일은 그들 스스로 살아갈 가치를 잃어버리는 그들의 심정은 어떨지 상상하게 한다. 어쩌면 그런 그들의 소원은 그저 행복한 찰나에 눈을 감는 걸지도 모른다.


출처: 다음 영화 '벤 이즈 백'


"하지만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자신을 증오하게 돼요."


그리고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해보려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모성애를 보여주는 할리의 처연한 눈빛은 그야말로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녀의 벤에 대한 애증의 눈빛은 내 엄마와 닮았다.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을 싫어하는데 '죽게 내버려 두는 게 낫지 않아?'라는 생각과 '뭐라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는 모성애, 그리고 벗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그들의 절망과 절박함이 고스란히 묻어나 감독의 의도대로 감정이 뒤죽박죽 돼버린다.


마약중독의 심각성을 진한 모성애로 폭발적으로 배가시키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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