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야 제맛!
은근하게 극장가를 달군(아직 달구고 있을지도) 영화 롱샷은 '거의 승산 없는' 선수나 게임에 사용되는 단어를 떡하니 제목으로 사용할 만큼 제작진도 자신 없던 영화였을지 모른다. 아니면 역설적이게도 너무 자신 있어서 이따위 제목으로도 흥행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었거나.
각설하고 개인적으로는 여신급인 샤를리즈 테론의 존재감만으로도 말이 안 되는 제목이라 생각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뚜껑을 열어 본 결과는 확실히 재미는 있다. 한데 나는 빵빵 터지지는 정도는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똑똑하고 정치적인 소녀였던 샬럿(샤를리즈 테론)은 학생회장 선거를 통해 정직하고 확실한 정책 따위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리고 최연소 국무장관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후 대권에 도전하며 승승장구한다.
반면 프레디(세스 로건)는 보모였던 이웃집 누나를 잊지 못한 것치고는 세월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비주얼로 성장한데다 적당히 글발은 있지만 거친 표현을 일삼으며 당장 밥줄이 끊겨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기자로 그다지 승승장구와는 거리가 먼 삶이다.
프레디는 얼핏 보면 능력은 있지만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워보지만 들여다보면 자신의 신념과 다른 모든 것들을 혐오하는 지질한 현대인의 단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일삼는 직장 내 갑질을 종식 시키는 사표 내던짐 같은 일이나 첫사랑과의 달달한 로맨스가 이루어지는 '판타지'를 대변하며 짜릿함을 준다.
중학교 이학년, 여름 성경학교에서 무릎 꿇고 나름 진지하게 기도하는 발바닥에 '좋아한다'라고 손글씨를 쓰며 장난치던 누나가 떠오른다. "잘 살고 있는 거죠? 성당 누나!"
"92점, 높은 점수지만 남성이었으면 192점이었겠죠!"
이 영화가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우리가 질리도록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와는 정반대의 역할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적당한 근육질에 키 크고 훈남인데다가 사회적 지위까지 갖출 건 다 갖춘 남성이 평범함에 못 미치는 여성을 만나 신데렐라로 만들어 주는 형태가 아닌 미모와 명예와 권력까지 갖춘 완벽한 여성이 노숙자에 가까운 외모를 풍기는 남성과의 로맨스가 불편하지 않고 달달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거다. 게다가 12년을 간직한 첫사랑이 아닌가.
프레디의 입장에서는 제목처럼 롱샷일 수밖에 없다. 사실 샬롯과 프레디 커플에 밀리긴 했지만 보좌관인 매기와 톰 커플 역시 그런 유가 아닐까. 예상에서 벗어나는. 또한 감독은 세상 모든 차별 혹은 편견이나 혐오를 이 영화에서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고민했음을 충분히 보여준다. 얼마나 표현하고 싶었으면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처럼 랜스(오시어 잭슨 주니어)를 통해 "와칸다 포에버"를 외쳤을까. 그리고 해야 할 것에 대한 신념은 지켜야 함을 기억하게 한다.
온라인에 떠도는 리뷰가 이야기하듯 박장대소하는 웃음은 선사하지 않는다. 다만 큭큭하는 웃음 유발 로코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