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무한한 공간 저 넘어로 간다!
우리가 성장하는 만큼 함께 성장하지 않는, 그러면서 우리보다 더 성숙해지는 장난감으로 이야기를 만든 지 20년. 우디와 버즈의 낯선 만남을 통해 서로 다른 이들이 어떻게 우정을 키워나가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보여 줬던 그들의 이야기는 나올 때마다 기대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네 번째 이야기는 그동안과는 조금 다르게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좀 있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의 보안관 우디를 중심으로 모두 조화롭게 스며들었다. 제시도 그랬고.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왠지 모르게 서로의 이야기를 한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포키나 개비 개비가 그렇다. 그 외 벤슨, 더키와 버니 역시. 이들의 여러 이야기를 한 번에 풀어내다 보니 기존에 감칠맛 나던 포테이토 부부라든지 렉스, 제시 등 기존 캐릭터들의 비중이 확 줄어버려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건 많이 아쉽다.
다만 포키(토니 핼)의 등장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기존 장난감들은 주인(앤디와 보니)의 손으로 탄생된 게 아니지만 포키는 보니가 직접 만들어 생명을 부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게다가 포키는 자신을 쓰레기라고 인식하고 장난감이길 거부한다. 누가 봐도 쓰레기보다 장난감의 지위가 훨씬 고급 진대 말이다.
이런 포키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와 버려진 장난감의 운명을 거부하고 보다 넓은 세상을 향해 나가고픈 보(애니 포츠)의 이야기가 기존 우디가 보여줬던 주인에 대한 우직한 충성심은 장난감은 주인의 행복을 존재한다는 운명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쓰임새를 다해 버려진 장난감과 먹고 버려진 포크가 다르지 않다는 포키의 뼈 때리는 존재에 대한 직설은 가뜩이나 보니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소외감을 느끼던 우디를 뒤흔든다. 그동안 늘 주목받아 주인에게 관심받지 못하거나 버려지는 친구들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에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야 했던 우디가 정체성을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장난감의 가장 소중한 사명은 끝까지 아이 곁을 지켜주는 거야!
주인에게 버려졌지만 장식장에만 앉아 주인에게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개비 개비와는 달리 거리의 장난감이 되어 자유를 만끽하며 지내는 보를 보며 주인에게 종속된 삶이 자신의 본분이라 여기는 우디는 자신이 선 선택의 갈림길에서 망설인다.
이 장면이 사표를 가슴에 품고 망설이는 모든 이들이라면 유난히 가슴에 와닿았으리라 생각한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버즈의 목소리가 마치 내 귀에 확성기를 대고 소리치는 것 같이 크게 들렸다.
애디에서 보니로 이어진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점점 창고 속에서 먼지만 쌓이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장난감들을 통해 '쓸모 있는' 인생만 중요한 게 아니고 스스로 '쓸모 있음'을 증명하거나 찾으면 된다는 메시지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나저나 버즈가 첫 등장부터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라고 줄기차게 외치던 그 무한한 공간으로 드디어 시작되는 우디와 보의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가 너무 기대된다. 우리의 영원한 보안관 우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