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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Oct 03. 2019

[예스터데이]

그렇죠? 비틀즈 없는 세상은 슬퍼요


그렇다. 비틀즈 없는 세상은 슬프다. 우리의 삶에서 그들의 음악과 그들의 이야기를 뺀다는 건 코카콜라가 없다거나 담배가 없다거나 심지어 해리 포터의 판타지가 사라진 삭막한 세상만 남았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영화 <예스터데이>는 그런 비틀즈 이야기다. 한데 음악 영화는 아니다. 그냥 비틀즈 향수를 간직한 로코물이다. 어쩌면 감독은 비틀즈 노래에 갈증을 느껴서 이 영화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비틀즈가 사라지고, 그들의 위대한 노래 Let It Be를 첫 관객에게 전주만 3번 들려주는 것처럼 그들의 노래를 가슴속으로 혹은 신나게 소리치며 부르고 싶은데 전주만 나오는 맛보기 음악처럼 만들어 놓았다. 귀에 익숙한 혹은 익숙하지 않은 그들의 노래를 듣는 즐거움을 도둑맞은 느낌이다.


출처: 다음 영화 '예스터데이' 스틸컷


초등학교 졸업식 무대에서 잭(히매쉬 파텔)의 노래에 빠져버린 동네 친구 엘리(릴리 제임스)는 마트 직원 겸 가수 지망생 잭의 매니저를 자처한다. 학교 선생님을 그만두고 노래하는 잭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포기하려는 순간에도 엘리는 믿고 지지하며 단 한 사람의 열성 팬이 되어 준다. 그러다 결국 꿈의 무대였던 '래티튜드 페스티벌'에서 마지막 공연 후 "비틀즈처럼 되진 못해도 기립박수는 받아 봤어야 했는데"라며 더 이상 기적은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가수의 꿈을 포기한다.


그리고 전 세계가 12초 동안 정전이 되고 비틀즈가 사라진다.


이 영화는 이처럼 아주 흥미로운 줄거리를 가졌다. 아주아주 흥미롭다. 우린 인생에서 비틀즈를 지울 수 있을까? 예스터데이를? 렛 잇 비를? 헤이 쥬드를? 말도 안 된다. 감독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여 놓고 정작 잭의 양심과 사랑 이야기인 로코물로 만든다. 솔직히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설렘이 있는 로코물이니 봐줄 만은 하지만 그래도 비틀즈를 미리 듣기 정도로 끝내는 건 아쉽다.

출처: 다음 영화 '예스터데이' 스틸컷


"행복해지고 싶다고 ? 간단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서 사랑한다고 말해. 그리고 모든사람에게 진실을 말해."


비틀즈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해도 될까라는 잭의 양심적 갈등은 천재 뮤지션 에드 시런(에드 시런)의 부추김과 성공에 대한 욕망에 목소리를 잃고 사랑까지 모른 채 하게 만든다. "행복한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갈팡질팡해서 관객에게 진지하고 성찰적인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게 잭과 엘리와 개비의 삼각관계만도 못하다.


다만 보편적인 삶이 어렵고 스스로 만족해야 행복한 삶을 만든다는 결론을 말하는 데에 '비틀즈를 이용하는 것'이 불편한 게 아니다. 잭의 어제와 오늘의 다름이 특별한 이벤트 없이 그저 대형 화면에 머리도 못한 엘리를 등장시켜 고백 따위로 마무리하는 것이 맥빠져서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비틀즈와 행복한 시간이었다.


"헤이, 쥬드. 나를 실망시키지 말아줘. 그녀를 발견했다면 네 것으로 만들어야 해. 알겠지?"


이 영화는 비틀즈에 대한 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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