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問竹(송문죽)
소나무가 대나무에 말했다
風雪滿山谷(풍설만산곡)
눈보라가 산골짜기에 가득 몰아쳐도
吾能守强項(오능수강항)
나는 강직하게 머리를 들고
可折不可曲(가절불가곡)
부러질지언정 굽히지는 않는다네
竹答松(죽답송)
대나무가 소나무에 답했다
高高易摧折(고고이최절)
고고할수록 부러지기 쉬운지라
但守靑春色(단수청춘색)
나는 다만 청춘의 푸르름을 지키기 위해
低頭任風雪(저두임풍설)
눈보라에 머리 숙일 뿐이라네
松竹問答(송죽문답) / 이직
가지에 눈이 많이 쌓이면 소나무는 간혹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부러진다. 하지만 대나무는 쉽게 휘어지는 특성으로 인해 쌓인 눈이 아무리 무거워도 부러지지 않는다. 삶의 무게를 소나무는 올곧음으로, 대나무는 부드러움으로 견뎌낸다.
삶의 무게와 공기의 무게는 묘하게 닮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무슨 무게가 있을까 싶지만 분명 무게를 지닌다. 온도와 기압에 따라 다르나 우리가 사는 1기압에서 공기의 무게는 1㎥당 약 1.2㎏이다. 하늘 높이 펼쳐진 공간을 감안하면 한 사람의 어깨를 짓누르는 공기의 무게는 총 1t 가량 된다.
태풍이 불 때 이 같은 공기의 무게는 그 위력을 드러낸다. 1㎢당 1천만 톤에 해당하는 공기가 시속 50~60㎞의 속도를 지나가면서 나무를 부러뜨리고 지붕을 날리기까지 한다.
공기에도 무게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확실한 증거는 바로 헬륨 풍선이다. 헬륨 1리터의 질량은 1기압 0℃에서 0.1789g이다. 그에 비해 공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는 1.251g, 산소는 1.429g.
따라서 공기 질량의 약 1/7밖에 되지 않는 가벼운 헬륨 풍선은 자신을 잡아당기는 지구의 중력에도 아랑곳없이 하늘로 두둥실 떠오른다. 만약 공기가 없는 달에서 헬륨 풍선을 날린다면 달의 중력에 끌려서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무거운 공기를 머리 위에 이고 살면서도 우리는 공기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않고 산다. 그 이유는 우리 몸의 바깥쪽에서 누르는 공기의 무게만큼 우리 몸 안의 공기도 같은 힘으로 바깥으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문명과 과학의 지역적인 발전 차이의 원인을 공기의 무게에서 찾는 학자들이 있다. 고위도에 위치한 지역이 저위도에 위치한 열대지방보다 훨씬 발전해 있다는 것. 공기의 무게가 무거운 고기압권에서는 뇌에 산소 공급이 잘 되고 신체가 약간 수축해 모든 기능이 원활해지며, 저기압권에서는 그와 반대이기 때문에 차이가 난다는 논리다. 즉, 공기의 무게가 너무 가벼우면 마치 사람도 달에 놓아둔 헬륨 풍선처럼 날아오르지 못하는 셈이다.
삶의 무게도 마찬가지다. 무게가 너무 없으면 비록 순간은 행복할지 몰라도 풍선처럼 날아오를 순 없을 것이다. 삶을 짓누르는 무게는 결코 고통스런 짐이 아니라 도리어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할 테니까….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삶의 무게를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힘이 삶의 무게만큼 똑같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살다보면 태풍이 몰아칠 때도 있고, 혼자 걸어야 할 때도 있다. 그 태풍이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삶의 무게를 반대방향으로 함께 밀어내주는 사람이 주위에 전혀 없다고 생각할 때 삶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인간이 견디지 못할 공기의 무게가 어디 있으며 또 그보다 더 무거운 삶의 무게가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