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僧貪月光(산승탐월광)
스님이 달빛을 탐내어
甁汲一壺中(병급일호중)
물을 긷다가 병 속에 함께 담았네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절에 가면 곧바로 깨닫으리라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병 기울이면 달빛도 텅 비는 것을
詠井中月(영정중월) / 이규보
진짜 달은 하나밖에 없지만 사람들은 종종 이 시 속의 스님처럼 물에 비친 가짜 달을 탐내곤 한다. 고려시대 최고의 문장가로서 천재 중의 천재 시인으로 불리는 이규보의 천재성을 여실히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중국 베이징게놈연구소(BGI)에 있는 100여 대의 슈퍼컴퓨터는 2012년부터 2천200여 개의 DNA 표본에서 염기쌍 수백억 개를 읽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슈퍼컴퓨터가 읽어내는 DNA 표본들은 모두 IQ 160 이상인 사람들로부터 추출한 것이다.
인간의 평균 IQ는 100이며, 노벨 수상자들의 평균 IQ는 145 전후이다. 전 세계 인구대비 2% 안에 드는 수재들의 모임인 멘사 회원의 가입 자격도 IQ 148 이상이다. IQ 160 이상은 인구 3만명당 1명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대체 BGI는 그 DNA 표본들을 어떻게 모았으며, 천재들의 유전자에서 무엇을 찾았던 걸까?
2천200개 중 1천600개는 1970년대 미국에서 실시된 수학영재연구에 등록된 청소년들의 것이다. 그들은 수학 및 언어추론능력이 상위 1%에 속하는 슈퍼 엘리트들이다.
나머지 600개는 BGI가 웹사이트를 통해 선발한 영재들의 DNA다. 선발 기준은 국제 과학 및 수학올림피아드 입상자나 명문대의 수학 및 물리학 박사 학위 취득자 등이다.
BGI는 이들과 일반인들의 DNA를 비교해 천재들만이 가진 공통적인 SNP(단일유전자변이)를 찾는 것을 1차 연구목표로 삼았다. SNP는 30억개의 염기서열 중 개인의 편차를 나타내는 한 개 또는 수십 개의 염기변이를 말한다. 인간은 99.9% 유전자가 일치하지만 0.1%의 SNP 차이 때문에 생김새와 질병의 발병 유형 등이 모두 다르다.
BGI가 추진하는 이 천재유전자 프로젝트는 당시 구설수에 올랐다. 과거 히틀러처럼 인종의 우열을 가리는 우생학적 발상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사회적 요인을 팽개치고 유전적 요인을 추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도 있었다. 또 일부 과학자들은 이 연구에서 유용한 데이터를 얻기는 힘들 거라고 미리 못을 박기도 했다.
지금까지 유전자의 염기서열 중 하나라도 이상이 발생할 때 생기는 발달장애 관련 유전자는 수백 개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지능의 편차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확인된 것이 없다. 이에 대해 지능의 경우 수천 개의 유전자 변이가 누적되고 그 작은 효과들이 결합돼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천재의 특성을 정신의 독창적 능력으로 본 칸트는 천재를 예술 창조의 경우에만 한정했다. 사실 지능이라는 개념은 매우 복잡하다. 그런데 BGI가 수집한 천재들의 표본은 학습능력 쪽으로 치우쳐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현재까지 BGI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마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해 연구가 중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