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更燈火五更鷄(삼경등화오경계)
3경에 등 밝혔는데 5경에 닭이 우네
正是男兒讀書時(정시남아독서시)
이 시간이 바로 장부가 독서할 때
黑髮不知勤學早(흑발부지근학조)
젊어서부터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면
白首方悔讀書遲(백수방회독서지)
나이 들어 배움이 늦은 걸 후회하리라
勸學(권학) / 안진경
지은이는 중국 당나라의 서예가로서 안진경체 해서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독서는 예나 지금이나 상상력과 창의성의 무한한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그 원작인 책을 사서 읽을 경우 대개 실망하기 마련이다. 책을 읽는 동안 영화 속 내용만 그대로 그려질 뿐 별다른 장면이 떠올려지지 않는다.
그러면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이 후에 영화로 개봉되었을 때 본 경우는 어떨까. 이 역시 실망하는 수가 더 많다. 도대체 책과 영화는 왜 이렇게 따로국밥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그 정답은 바로 상상력의 차이에 있다. 뇌과학자들이 MRI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영화 감상이나 게임을 할 때보다 책을 읽을 때 뇌가 더 활성화된다고 한다.
영상을 볼 때는 앞쪽뇌만 활성화되지만 책을 읽을 경우 앞쪽뇌가 뒤쪽뇌에 저장된 장면 조각이나 인물 등의 정보를 모아서 나름대로 한 편의 영화를 찍어댄다.
특히 집중해서 책을 읽을 때는 언어를 이해하는 영역뿐만 아니라 감정과 기억, 심지어 신체 동작이나 촉감과 관련된 뇌 영역까지 연합해 활성화된다. 즉, 독서에 열중하면 뇌만이 아니라 신체와 촉감까지 스토리 구조 속으로 들어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다.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난 후 책을 읽으면 상상력이 아니라 영상의 기억력만 확인하게 되고, 책을 읽고 난 후 영화를 보면 혼자서 마음대로 펼친 상상력의 기대치보다 낮은 영상만 확인하는 셈이 된다.
똑같은 독서를 하더라도 문장구조가 복잡한 고전작품을 읽을 때 뇌가 더 활성화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영국 리버풀대 연구팀이 셰익스피어와 월리엄 워즈워스 같은 고전 작가들의 작품 원본과 이를 요즘 말로 부드럽게 풀어쓴 개정판을 실험 대상자들에게 각각 읽게 한 후 MRI로 뇌의 변화를 촬영했다.
그 결과 고전 원본을 읽을 때는 뇌의 전기 신호가 급증한 반면 개정판을 읽을 때는 전기 신호의 발생량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
독서의 또 다른 장점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알고 배려하는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역시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뉴스쿨대 연구팀은 대중소설이나 논픽션보다는 순수소설을 읽을 때 공감 능력이 두드러지게 높아진다는 논문을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대중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경우 대개 평면적이며 예측 가능한 행동을 하는 데 비해, 순수소설에서는 현실처럼 속내를 알기 힘든 복잡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이날만이라도 반드시 책을 읽는 날로 정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