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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힘

by 이성규 Feb 23. 2025

常棣之華(당체지화) 

산앵두나무에 핀 꽃

鄂不韡韡(악불위위) 

울긋불긋 아름답네

凡今之人(범금지인) 

세상 사람 많다 해도

莫如兄弟(막여형제) 

형제만한 이 없다네


棠棣篇(당체편) 중에서 / 시경


형제는 집안에서는 서로 다투어도, 밖에 나가면 그만큼 의지할 수 있고 힘이 되는 이도 없다. 척박한 자연 환경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는 공생 관계도 마치 형제 간에 아웅다웅 정을 주고받는 모습 같다.


중남미의 아마존 숲속에 사는 가위개미는 그 지역 생태계의 승자로 군림하고 있다. 땅 속에 사람 집만한 크기의 대형 굴을 파서 수백만 마리가 모여 사는 이 개미 군체를 모두 합할 경우 그 지역 육상동물 전체를 합한 생물체량의 4배에 달할 정도다. 


가위개미가 아마존 생태계를 지배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박테리아와의 공생관계라는 해답을 제시한다. 박테리아는 가위개미에게서 안락한 거주지와 영양분을 제공받는 대신 항생제를 만들어내 질병 확산을 막고 생명체에 꼭 필요한 질소 성분을 가위개미에게 공급한다.


작물 중에서 돌려짓기를 하지 않아도 잘 자라는 콩과식물의 비밀도 공생관계에 숨어 있다. 식물이 생장에 꼭 필요한 질소 성분을 자연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 두 가지뿐이다. 번개가 칠 때 빗방울에 녹아든 질소를 취하거나, 아니면 땅속의 질소 고정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질소를 섭취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콩과식물은 그 박테리아를 자신의 뿌리혹에 거주시키면서 산소를 공급하는 대신 그들이 만들어내는 질소를 안정되게 공급받는다. 또 그 덕분에 콩과작물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는 독립적으로 사는 질소 고정 박테리아들보다 3-4배 정도 많은 양의 질소를 만들어내는 괴력을 발휘한다.


공생 시스템을 대물림하는 최초의 척추동물도 발견됐다. 척추동물은 후천적 면역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아무리 공생생물이 생존에 필요해도 자신의 세포 내부에 서식시키지 않는 것으로 생각돼 왔다. 그런데 점박이도룡뇽은 광합성을 통해 배아의 호흡을 도와주며 공생하는 단세포 조류를 번식 과정에서 자손에게 전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연구진은 인위적인 공생관계 기술을 개발했다. ‘N-Fix(질소 고정)’로 불리는 이 기술은 자연에 사는 질소 고정 박테리아를 식물의 뿌리 세포에 삽입해 식물이 질소 비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질소를 취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콩과식물과 뿌리혹박테리아의 공생 시스템을 모든 식물에게 적용시키는 것이 이 기술의 개발 배경이다.

 

영국 연구진이 이 기술을 개발한 까닭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농작물을 위해 과다 사용되는 합성 질소 비료는 오존층을 파괴하고 강과 바다의 생물의 죽이는 환경오염의 새로운 주범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연계에서 양쪽 모두 이익을 얻는 상리공생이 이젠 환경을 살리는 대안으로도 떠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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