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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17. 2018

<갈매기> 엇갈린 욕망,  내면의 갈매기 죽이기

ⓒ 갈매기 / 마이클 메이어



<갈매기>는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그가 쓴 400여 편의 중단편 중 《갈매기》는  최초로 재능을 인정받은 작품이자  끊임없이 사랑받아온 작품이죠.

특히 어머니 '이리나'역은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주디 덴치, 메릴 스트립 그리고 아네트 베닝이 거쳐갔고, '니나'역에는 나탈리 포트먼, 캐리 멀리건 그리고 시얼샤 로넌이 맡았습니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라면 한 번쯤 탐낼 만한 매력적인 캐릭터로 자리 잡은 희곡입니다. 


ⓒ 이리나 역의 아네트 베닝


그해 여름, 아름다운 호숫가 별장에 휴가를 보내러 온 배우 '이리나(아네트 베닝)', 재능을 인정받고 싶은 작가 지망생 아들 '콘스탄틴(빌리하울)'이 못마땅합니다. 아들은 틀에 박힌 현 연극을 뒤엎는 새로운 형식이 필요하다며 나서죠. 콘스탄틴은 유명한 여배우가 되길 원하는 연인 '니나(시얼샤 로넌)'와 자신이 쓴 연극을 올리지만 어머니의 혹평에 속상합니다. 

한 편, 별장에는 이리나의 연인이자 성공했지만 써야만 하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보리스(코리 스톨)'가 머물고 있습니다. 보리스는  모든 관계의 원흉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정작 자신은 영감이 고갈된 상태죠. 초심을 잃은 그는 콘스탄틴의 열정에 매료됩니다.


ⓒ 여배우가 되길 꿈꾸는 니나는 성공한 작가 보리스가 자신을 도시로 데려가 주길 원한다


모자 관계인 이리나와 콘스탄틴은 애증의 관계입니다.  콘스탄틴은 니나를 보리스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질투심에 휩싸여있으면서도 그의 성공을 동경합니다. 이리나는 성공했지만 늙었고, 연인 보리스를  젊은 니나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예민하기만하죠. 욕망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풍부한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배우들간의 신경질적이기 까지한 불꽃 연기배틀을 만나는 연극적 매력도 다분한 영화입니다. 


ⓒ 두 사람의 갈매기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죽었다


영화는 굉장한 은유입니다. 갈매기는 재능, 욕망, 사랑을 꿈꾸다 파멸하는 모든 이를 상징합니다.  삶은 비극의 비극입니다. 그 속에서 움트는 희망의 싹을 찾아야 하는 절박하고, 힘듦의 연속이기도 하죠. 그 과정에서 무릇 행복과 자유를 느낄 때마다 내면의 갈매기를 죽임으로써 해갈합니다. 그 갈매기는 누구나 될 수 있는 가변성을 같습니다.

 어쩌면 삶은 견디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부족한  자신을 믿고 어디로 갈지, 뭘 할지 탐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실패냐 성공이냐는 척도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거듭하며 완성해 나가는 과정일테지요.


ⓒ 연극적 대사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당시의 스타일을 고증해 아름다움이 큰 영화다


영화는 연극 한편을 감상한 듯한 묘한 연출이 장점입니다.  무대라는 제약을 떠나 아름다운 전원 풍경 속에서  남과 녀, 부모와 자식, 세대 간 갈등을 담았습니다. '빌리 하울'과 '시얼샤 로넌'의 <체실비치에서>이후 재회, 그리고 '아네트 베닝'의 합류로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이 완성되었습니다. 올해 <더 스퀘어>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엘리자베스 모스'가 맡은 마샤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 갈매기,  안톤 체홉


<갈매기>는 복잡 미묘한 인간 본질을 묻는 안톤 체호프의 가장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고전은 시대와 공간을 넘어 끊임없이 회자되는 공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무한한 욕망과 실패의 결핍은 보편 가능한 감정이기에 100년도 넘은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것이겠죠. 영화가 좋았다면 연극, 희곡으로 만나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지적 유희가 될 것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고전을 재해석하는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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