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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Nov 27. 2023

<괴물>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죽는 개구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 '사카모토 유지', 사카모토 유지'의 앙살블


<괴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인장인 ‘휴머니즘’이 여전히 마음을 흔들며, 더 나아가 성소수자를 보듬는 시선까지 더한 영화다. 거장의 한발 더 나아간 예리한 관점에 통감한다. 학교 폭력, 극성 학부모, 교권 추락, 아동학대, 성역할 등을 한 영화 속에 쏟아 낸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고백하건대 2시간 7분이 지나고 놀랐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2번 관람했는데 전혀 다른 결말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처음은 해피엔딩, 두 번째는 새드엔딩이라 느꼈다. 볼 때 말다 조금씩 달리 보이는 인물의 말과 행동은 시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진정한 괴물은 누구인지 자문하게 되었고, 어쩌면 무관심으로 동조했을지 모를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시나리오의 힘을 느낀다. 데뷔작 <환상의 빛> 이후 오리지널 각본을 써왔지만 이번에는 ‘사카모토 유지’와 작업해 제76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특히 올해 타계한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이 담겨 의미심장하다. 새로운 2곡과 최근 앨범 ‘12’의 곡, ‘Aqua’ 등을 편곡해 덧입혔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 창작자의 다시없을 앙상블이다.     

특히 아역의 연기가 압권이다. 미나토 역의 ‘쿠로카와 소야’와 요리 역의 ‘히야라기 히나타’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영화 데뷔 전 TV 다큐멘터리 연출 시절부터 소외계층, 아역 발굴에 특별한 재능을 선보인 선구안이 빛나는 순간이다. <아무도 모른다>(2004),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등. 이번에도 인상적인 아역에 힘을 쏟았다. 두 아역의 미래가 매우 밝다.     


칸국제영화제와도 인연이 깊다. 심사위원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황금종려상 <어느 가족>(2018)을 받은 바 있다. 작년은 송강호와 협업해 <브로커>(2022)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올해는 사카모토 유지와 <괴물>로 각본상을 받았다.      


최근 이상 행동하는 아들을 둔 싱글맘     

남편을 사고로 잃고 혼자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와 살고 있는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요즘 들어 돌발 행동이 잦은 아들이 걱정이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부재일까, 사춘기의 시작일까.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물통에 흙을 담아 온다든지, 한쪽 운동화를 잃어버린다든지, 갑자기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귀에 붕대를 감고 밤늦게 들어오기도 했다.     


추궁 끝에 담임 호리 (나가야마 에이타)의 폭력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학교로 향한다. 하지만 학교도 이상하다. 사과를 듣기보다 경위를 듣고 싶었으나, 교장(타나카 유코)부터 시작해 철저히 감추려고만 한다. 본질은 들추지 않은 채 말장난만 하는 무례한 행동이다. 그 사이 미나토는 점점 더 비뚤어지기만 한다.     


한편, 미나토는 학교에서 괴롭힘당하는 요리(히이라기 히타나)를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쉽게 나서지 못해 전전긍긍했었다. 그러던 중 음악실 심부름을 같이 하면서 친해져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둘만의 산속 기차(아지트)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트고 친구가 되어간다. 얼마 후 태풍과 심한 산사태로 아비규환인 상황, 미나토는 실종되고 사오리와 호리는 미나토를 찾다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     

<괴물>은 그동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중 궤를 달리한다.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는 정교한 편집 방향이 인상적이다. 한 사건을 두고 얽힌 시선마다 퍼즐 맞추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관객과 인물이 같은 시선에서 체험하는 <라쇼몽> 식 구조다. 엄마 사오리, 담임 호리, 학생 미나토와 요리의 입장에서 세 파트로 나눠 전개된다. 사건의 전후와 인물의 관점에서 서술한다. 직접적으로 표현은 삼가고 인물의 대화, 표정 등으로 진실에 다가간다.      


혼란스러운 괴물 찾기가 끝나면 무거운 마음은 배가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어른으로서 책임감이 커진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세상의 편견, 작은 오해가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말이다. 우리가 얼마나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편협한 태도와 주관적 해석으로 일관했

는지 괜스레 부끄러워진다.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게 소원이라던 엄마의 소원, ‘남자답게’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던 선생님, ‘너는 돼지 뇌라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요리 아버지의 세뇌는 나비효과가 되어 폭력으로 둔갑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미나토와 교장 이 함께 악기를 다루는 모습이다. 진실을 말하기 힘들 때는 트럼펫을 불라는 교장의 말에 힘껏 트럼펫을 분다. 내내 오해하고 있던 교장을 작게나마 이해할 기회이자, 옥상에서 갈등하던 호리를 살려낸 기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괴물>이 던지려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중요한 장면이다.     

영화는 어둡고 긴 터널을 건너는 두 아이를 자주 비춘다. 깜깜한 터널을 걷다 보면 그 끝에 보이는 희끄무레한 빛처럼 어딘가엔 희망이 있으리라는 믿음, 사회적 잣대와 달라 고통받는 사람들을 향한 작은 응원이다. 아이들의 마지막 웃음을 지켜줘야 할 이유를 촉구하는 씁쓸하고 아픈 올해의 엔딩이 아닐 수 없다.


사진: 네이버 영화


+부산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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