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한 남편의 수상한 행적
자상하며 요리도 잘하는 남편 준석(이무생)과 남부러울 것 없는 예쁜 집에서 살고 있는 덕희(추자현)의 러브스토리는 한편의 영화 같다. 덕희의 장애체험을 우연히 돕다가 사랑에 빠진 준석은 결혼까지 이어진 운명적 만남을 소설로 집필해 유명 작가 반열에 오른다.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는 부부의 사이에는 교통사고라는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 상실을 앓고 있는 덕희는 출생부터 시작된 그늘까지 엉키며 힘겨운 날을 보내게 된다. 덕희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어릴 때 시장에 버려졌고 아픈 부모님의 헌신으로 자라났다. 밝고 건강한 모습 뒤에 숨긴 상처로 괴로워했고 준석은 이런 덕희를 따스한 사랑으로 끌어안았다. 늘 커다란 벽이 앞에 서 있는 것 같다며 힘들어하는 덕희를 준석은 깊은 마음으로 배려한다.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지하는 남편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 사라진 남편의 행적을 쫓던 의문은 큰 화를 불러온다. 카드대금 연체, 현금서비스, 속도위반 딱지 등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알게 된 덕희. 어제보다 더 행복한 내일이 매일 펼쳐지지만 잦은 악몽은 아픈 조각이 되어 덕희를 찔러왔다. 대체 내 남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던 걸까? 덕희는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찾아 서서히 진실에 다가가기로 결심한다.
진부한 소재, 두 배우의 연기로 채워
<당신이 잠든 사이>는 1997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접속>, 독특한 구성과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의 하드코어 스릴러 <텔 미 썸딩>을 비롯 <썸>, <황진이>, <가비>를 연출한 장윤현 감독의 신작이다. <가비> 이후 12년 만의 한국 복귀작이다.
국내 활동을 접고 중국에서 활동했던 장윤현 감독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팬데믹이 닥쳐 영화 산업의 위기를 느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초심으로 돌아가 작업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 영화 <접속>처럼 소통이 더욱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라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복귀작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기억상실, 시한부, 불륜, 트라우마라는 진부한 소재도 한몫한다. 배우의 시너지와 저예산 영화의 단점을 상쇄하는 정도다.
추자현은 중국영화 <게임의 규칙>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을 찾아 순수한 모습부터 기억상실로 불안에 떠는 심리와 슬픔의 고통, 극복하지 못한 어릴 적 상처까지. 날것 그대로의 감정과 복합적인 내면을 적재적소에 꺼내 놓는다. 로맨티시스트처럼 보이나 미스터리한 남편 준석을 맡은 이무생은 안정적인 연기로 버팀목이 되어준다. 때문에 의심이 차차 고조되다 결국 실체가 밝혀지는 결말의 반전은 생각했던 것보다 큰 파장을 몰고 온다.
덕희는 어릴 적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경험과 2년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극심한 외부 자극을 받았다. 선택적 기억상실(해리성 기억상실증)을 갖게 된 인물로 꿈, 기억, 현실이 일치하지 않아 비탄에 빠진다. 해리성 기억상실은 특정 사건과 관련되어 심적 자극을 준 상황을 선택적으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혹은 사건 전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기억상실은 뇌가 살기 위해 선택한 최후의 판단이자 만신창이가 된 덕희의 마음이라 볼 수 있다.
영화는 본인의 의지는 물론 가족과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피력한다. 마음의 병은 겉으로 나타나는 상처가 없어 병을 키워 극복이 쉽지 않은 병이다.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망치고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다독이며 남겨진 사람들을 보듬는 따스한 위로가 느껴진다.
거기에 미스터리 장르로 풀어 흥미를 유발한다. 멜로를 중심에 두고 관객을 속이는 트릭과 악마의 편집으로 호기심을 더해 후반 카타르시스를 위한 장치로 활용했다. 흐름과 상관없는 장면이 툭하고 등장하거나, 흘려듣기에는 신경 쓰이는 한마디를 의도적으로 집어넣어 긴장감을 더한다. 이런 트릭을 주의 깊게 본다면 훨씬 재미있는 관람할 수 있는 팁이 될 수 있다.
+12년 만의 한국영화 '장윤현 감독' 무슨 이야기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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