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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pr 04. 2024

<오멘: 저주의 시작> 험한 것 '데미안'의 탄생비화


사탄의 아이 탄생 비화 밝혀져..     


 <오멘>은 사탄의 아이 데미언이 주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불안한 징조를 연이어 보여주며 공포감을 조성한 오컬트 고전이다. 영화 속에서는 6월 6일 6시 사탄의 아이가 태어난다는 징후를 퍼트려 괴담을 형성했다. <오멘>의 개봉 당시 아이의 머리카락을 깎아 확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할 만큼 큰 충격을 주었다.     


동양에서 숫자 4가 주는 죽음의 징조를 기독교권 나라에서는 숫자 6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숫자 6은 짐승의 숫자, 완전한 숫자 7에서 하나가 부족한 결함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666’이 악마의 숫자라고 불린다. 요한계시록 13장 18절의 구절에서는 ‘지혜가 여기 있으니 총명한 자는 그 짐승의 수를 세어 보라 그것은 사람의 수니 그의 수는 육백육십육이니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666은 적그리스도를 상징하며 오멘이란 뜻은 ‘불길한 징조’를 뜻한다.      


믿음을 흔드는 불신은 괴담을 만들어 두려움을 조장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실제 <오멘>은 주연 그레고리 펙 아들의 죽음, 제작진이 머물던 숙소에 폭탄 테러 사건 등 다수의 사건 사고에 노출되어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이어지는 듯했다. 제목의 불길한 징조처럼 저주받은 영화가 되었다. 우연히 일어난 사건을 영화 홍보에 쓴 건지, 실제 우연이 겹쳐 필연이 되어버린 건지 알 수 없지만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다.     


수녀가 되기 위해 로마에 간 소녀     

1971년 마거릿(넬 타이거 프리)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로마 바티칸으로 오게 된다.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자라며 종종 문제아란 소리를 들었지만 교회를 향한 독실한 믿음으로 수녀를 결심했던 것이다. 이제 오직 신을 위해서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로마는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다행히 보육원에서 만났던 로렌스 추기경(빌 나이)이 따뜻한 안식처를 마련해 주었다. 혼자만 덩그러니 떨어져 불안했는데 환영해 준 덕분에 바로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은 바티칸 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추기경이 된 로렌스는 마거릿이 유일하게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는 인물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수련 수녀에서 정식 수녀가 되기 며칠 전. 룸메이트를 따라 일탈을 보내고 온 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과 환영을 계속해서 일어나면서 마거릿은 교회 내부를 의심하게 된다. 믿음 하나만 가지고 왔던 곳에서 모든 것을 뒤흔드는 어두운 정체를 마주하게 되고 마거릿은 혼란에 빠진다.      


원작에 충실한 프리퀄의 재미     

영화 <오멘: 저주의 시작>은 1976년 <오멘>의 프리퀄이다. 5년 전인 1971년 6월을 배경으로 한다. 많은 속편을 양산한 프랜차이즈 영화지만 몰라도 상관없는 맨 처음 이야기다. 데미안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밝혀지는 출생의 비밀이다. <오멘: 저주의 시작>의 관람 후 <오멘>으로 이어지는 개연성이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흥행에 성공한다면 다음 이야기도 만들 수 있는 다수의 떡밥도 들어 있다.      


원작의 충실한 오마주로 시리즈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오멘>에서 ‘데미안 널 위한 거야’를 외치며 떨어지던 유모를 떠올리게 하는 기이한 죽음, 이상한 일들의 배후를 밝히려던 신부가 성당 꼭대기에서 떨어진 피뢰침에 맞아 즉사하는 장면이 재해석 되었다. 충격적인 장면이 그대로 등장하는 수위는 관람등급을 의심하게 할 정도다. 점프 스케어는 물론, 특유의 음산한 음향과 음악, 빛과 어둠을 이용한 불안감은 숨 막히게 조여든다.      

배우진의 연기 또한 흥미롭다. 영화의 모든 것이라 할만한 ‘넬 타이거 프리’의 연기는 신선하면서도 격정적이었다. 후반부 춤과 무용, 행위 예술 등 어떠한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신들린 듯한 눈빛과 신체 연기는 압도적이다. 무서움을 들켰지만 아닌 척하는 절제된 소녀를 연기하는 전반부와 팜므파탈, 마녀와 희생양 사이를 유려하게 완급 조절하는 후반부가 전혀 다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가 될 것 같다.     


바티칸 내 비밀을 밝히다 파문당한 브레넌 신부를 연기한 ‘랄프 이네슨’은 장신에서 풍기는 압도감과 잊히지 않는 목소리로 몰입감을 선사한다. 다만 다수의 영화에서 코미디 연기를 해왔던 ‘빌 나이’가 꽤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데 관객에 따라 낯설어 보일 수 있겠다.      


감독 ‘아르카샤 스티븐슨’은 넷플릭스 시리즈 [브랜드 뉴 체리 플레이버]로 인상 깊은 연출력을 선보인 바 있다. 1990년대 영화감독을 꿈꾸는 여성 신인 예술가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펼치는 애증과 협력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다. 에로틱하면서도 기괴한 미장센으로 오컬트, 호러 마니아를 양산한 시리즈다. 예측할 수 없는 상상력으로 시청에 주의를 필요로 하기도 했었다.      

<오멘: 저주의 시작>에서도 15세 관람가 등급이 무색한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져 호러 팬들을 기대를 만족하는 데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장르 영화에 대중성을 더한 실험이 성공한 한국형 오컬트 영화 <파묘>가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고전 오컬트 영화의 프리퀄 <오멘: 저주의 시작>도 귀취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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