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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Feb 06. 2019

<글래스> 'M. 나이트 샤말란'의 히어로 트릴로지완성

© 글래스, M. 나이트 샤말란, Glass, 2018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수기 북미의 흥행가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와장창 깨진 영화 <글래스>. 자신만의 히어로 유니버스를 창조한 'M. 나이트 샤말란'감독의 히어로 트릴로지(삼부작)의 마지막 시리즈 <글래스>가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물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미친 연기력과 참신한 소재로 <23 아이덴티티>가 주목받았죠.  역으로 19년 전 나온  <언브레이커블>이 재조명되며  <글래스>의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는 드디어  자신의 신체와 두뇌를 활용한 24번째 인격 '비스트'를 깨웠고, 강철같은 체력의 '던(브루스 윌리스)'과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글래스(사무엘 L. 잭슨)'까지 조우하며 삼부작의 마지막을 함께 하게 됩니다.


M. 나이트 샤말란식 히어로의 삼부작의 마지막 <글래스>



하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는 M사나 D사의 히어로가 익숙한 것 같습니다.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기존 히어로 영화와 다르게 흘러가는 구성은 한국 관객을 만족시켜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계속되는 말빨 액션과 조악한 본새는 어두운 분위기와 섞이며 무겁게 내려앉았고 호응으로 이어지지 못했죠.  



어떻게 보면 히어로물을 나라 미국에서 히어로에 미친 사람들에 관한 논문 한편을 영상으로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일반적인 히어로와는 다른 캐릭터,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독립영화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언브레이커블>, <23 아이덴티티>의 주역들이 다시 만난 영화 <글래스>



제목이 <글래스>지만 제임스 맥어보이와 브루스 윌리스, 사무엘 L. 잭슨이 모두 등장하며, 유일한 생존자 '케이시(안야 테일러 조이)'와 던의 든든한 조력자 '조셉(스펜서 트리트 클락)' 그리고 유리 선생 엘리야의 어머니(샬레인 우다드)'가 재등장합니다. 그리고 의문의 '정신과  박사(사라 폴슨)'의 영입으로 세 캐릭터와의 케미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영화 <글래스>에 등장한 새 캐릭터,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 던, 미스터 글래스, 비스트는 드디어 만났습니다. 만나긴 만났는데 정신병원에 수감된 상태. 자, 영화는 이들을 가둬두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요?



삼부작을 다 끝냈다면 관객은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함을 감출 수 없을 겁니다. 이 영화들은 기존의 히어로물처럼 스펙터클한 액션과 권선징악형 구도, 뚜렷한 선과 악이 나타나는 영화가 아니니까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이 어떻게 초인적인 힘을 알아차리고 각성하게 되는지를, 그  희생이 불가피하더라도 존재를 인정받기 위한 사람들의 발버둥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영웅과 악당의 경계가 모호한 해석이다



이들은 코믹스 초기의 원형을 따르며, 누가 영웅이고 악당인지 나누지 않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고 탐구하며 존재목적을 두고 고군분투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부럽거나 동경하기는커녕, 측은하고 안타깝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를 알지 못할 때 괴롭습니다. 성공, 출세, 자기계발 등 무언가를 좇는 행위는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한 행위지요. 영화 속 세 캐릭터는 끊임없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평범한 우리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난 실수가 아니었어.
넌 굉장한 존재야..



비스트, 미스터 글래스, 데이빗 던



그들은 기존의 세력에 의해 처참히 희생되었고, 그것도 정신병원 주차장에서 초라하게 죽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제작비 차원이란 생각도 듭니다) 이는 현실 세계 속 선과 악의 존재보다, 기존 세력을  깰 수 없는 신진세력의 처참한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질서를 지켜온 세력은  방어하기 급급하고, 새로운 세력은 그것을 깨기 위해 도전함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죠.



우리는 오랫동안 이러한 원형에 의해 재편되었으며, 영화는 캐릭터의 철학적인 고민과 각성을 도와줄 뿐, 자신의 운명을 깨거나 바꾸려는 시도는 책임과 희생이 뒤따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믿고 의지하던 신념이 깨지는 순간 인간은 무너지고 맙니다. 자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가치가 맞았다는 믿음 혹은 깨진 사람은 스스로 자멸할지도 모른다는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려는 듯합니다.



영화 <글래스> 포토존



이로써 M. 나이트 샤말란의 3부작 <언브레이커블>, <23 아이덴티티>, <글래스>가 모두 선보였습니다. 전작들을 재미있게 본 저로서는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보따리가 꽤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클래식 코믹스를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히어로 유니버스를 만들어 낸 만능 재주꾼. 때로는 폭망한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영원히 회자될 반전영화를 만들기도 했으며, 연기 욕심을 내려놓을 수 없는 카메오를 좋아하는 감독으로 기억될 억 같습니다,  (<글래스>에서도 CCTV를 사러 온 남자로 카메오 출연한 감독)  



이 영화는 히어로 무비의 엔딩이 아닌 비기닝 혹은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글래스>를 보신분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삼부작은 다 봐야 이해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유리가 무서운 이유는 쉽게 부서지기 때문이 아니라 깨졌을 때 사방으로 흩어지는 위험성 때문이 아닐까요? 그 조각이 모여 완성된 M. 나이트 샤말란의 유리 퍼즐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비로소 완성된 M. 나이트 샤말란의 유리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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