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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Feb 16. 2019

<콜드 워>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이 시대에 필요한 정통 멜로

© 콜드 워, 파벨 포리코브스키, Zimna wojna, Cold War, 2018



<이다>의 '파벨 포리코브스키'는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폴란드 최초로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습니다. 그런탓에 자연스럽게 파벨 포리코브스키가 만든  4년 만의 신작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40년간 사랑을 이어온 부모님에게 영감을 받은 것은 물론,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되었 귀추가 주목됩니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폴란드 배경에 흑백필름이란 시그니처를 갖고 있습니다.





영화 <콜드 워>


남자는 폴란드의 민속음악을 부를 시골 출신 소녀를 찾고 있습니다. 도시에 살지만 위장한 채 합장단 오디션을 본 '줄라(요안나 쿨릭)'를 심사위원이었던 '빅토르(토마즈 코트)'는 한눈에 알아봅니다. 바로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내 인생의 여자임을요. 이내 불같은 사랑에 빠졌고 둘도 없는 연인이 됩니다. 사랑이 전부였던 줄라와 빅토르


사랑이 전부였던 줄라와 빅토르



한 편, 줄라는 윗선에게 빅토르의 정치적 행보를 보고해왔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빅토르는 줄라와 프랑스로 망명을 떠날 생각을 하죠.  하지만 줄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계획은 실패할 것 만 같았고, 확신이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세월은 흘러 각자의 삶을 꾸렸지만 운명적으로 다시 만납니다. 그리고 순간의 선택을 후회하며 다시는 떨어지지 않음을 맹세합니다.


흑백필름과 4:3 비율은 빼어난 미장센을 선사한다


영화는 1949년 폴란드부터,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등을 지나 1964년까지의 정치적 분위기를 담습니다. 집단의 이념과 체제는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탄 낼 수 있는지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미장센과 구슬픈 음악으로 대신합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은유로 치환되는 완전한 사랑을 이데올로기란 고난 속에 이야기 합니다.



줄라 역 '요안나 쿨릭', 빅토르 역 '토마즈 코트'


<콜드 워>는 클래식 멜로입니다. 4:3의 화면 비율과 흑백필름으로 오롯이 두 사람만 비추는 핀 조명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숭고하고, 낭만적이며, 아름다운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폴란드 민속음악부터 재즈, 멕시코 음악, 로큰롤 등 영화의 OST는 약 20년 동안의 만남과 헤어짐을 함축한  장치라고 할 수 있죠.  불같은 두 개의 심장이 작은 프레임에 갇혀 차갑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안타까운 연인입니다.




요한나 쿨릭의 호소력짙은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영화의 제목이자 연인을 상징하는 '콜드 워'는 다중적인 의미입니다. 지독한 냉전 시대를 살아야만 했던 남녀가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도  차갑게 헤어져야 했던 가혹한 현실이며, 시대의 아픔에 희생되고야 마는 아련함입니다. 영화의 테마 곡이자 줄라와 빅토르를 이어주는 '심장'은 다양한 언어와 편곡으로  '요안나 쿨릭'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오랜 여운이 아름다운 영화다



<콜드 워>의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대체 사랑이 뭐길래 사랑 때문에 죽음도 불사할 수 있는 걸까요? 사랑에 빠지면 시간은 상관없다는 메타포처럼, 오랜만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콜드 워>


덧,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마주르카(Mazurek)'민속음악단은 '마조프셰(mazowsze)'민속음악단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영롱하면서도 구슬픈 정반대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음악단은 실제 영화처럼 순수한 의도에서 당시 공산 정권의 선전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심장은 불어 버전으로 총 세 번의 편곡을 갖습니다. 그때마다 달라지는 묘한 분위기를 때문에 <콜드 워>를 눈과 귀로 두 번 즐기는 영화라고 말하는 이유겠죠.


마지막 결말부의 '나의 부모님에게'라는 문구가 위대한 사랑의 헌사 같았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가장 차가운 시대에 가장 뜨거웠던 이야기.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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