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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cine 수다

<어린 의뢰인>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봐야 할 영화

by 장혜령
1560988038503.jpg 어린 의뢰인, My First Client, 2019, 장규성


좋은 영화란 무엇일까요?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관객에게 감동과 울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한 영화라 생각합니다. 뒤늦게 챙겨 본 <어린 의뢰인>은 제 기준에 부합하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잘 만들어진 세련된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여기저기 구멍이나, 클리셰가 드러나는 조금은 아쉬운 연출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이 설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조금 더 상영해주고, 더 많이 봐준다면 좋겠습니다.

어린의뢰인.jpg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영화화 했다



다들 알겠지만 영화 <어린 의뢰인>은 전 국민을 분노하게 한 '경북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합니다. 동생과 둘도 없는 사이인 다빈과 민준. 10살 다빈(최명빈)이가 7살 민준이(이주원)를 때려죽였다는 충격적인 자백으로 일단락된 사건입니다. 오로지 성공만을 꿈꾸던 변호사 정엽(이동휘)은 잠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중 알게 된 남매의 일화에 심한 죄책감을 느끼고 적극 개입하게 됩니다.


어린 의뢰인 후기.jpg


아동학대를 다룬 영화들을 볼 때면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공포나 슬래셔, 좀비 영화가 더 편할 정도입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무거운 주제를 '이동휘'배우를 통해 환기합니다. 툭툭 내 던지는 말투와 숨길 수 없는 개그본능으로 말끝마다 빵빵 터지며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고 있는데요. 타인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우리 모두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유쾌한 분위기도 잠시, 새엄마 역의 '유선'배우가 나오면 숨이 멎을 듯 저까지 심장이 쿵쾅거리지 뭡니까. 머리 묶을 때면 더더욱.


영화 초반 정엽은 '제노비스 신드룸'을 묻는 면접관의 질문에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는 무죄라고 말했습니다. 제노비스 신드롬이란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이 줄어들어 도와주지 않고 방관하는 심리 현상이며, 방관자 효과하고도 불립니다. 알고 있는데도 묵인하는 어른들의 태도, 기댈 곳 없고 믿을 수 없는 사회, 우리 모두가 잠재적 방관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영화 어린 의뢰인.jpg 주변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말고 들어주자


출세만이 살길이라 생각하던 정엽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생각과 행동을 바꾸게 됩니다. 내가 다들 틀렸다고만 하는데 들어줄 사람 하나 없다는 다빈이의 혼잣말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엄마의 살가운 품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아이들은 엄마는 어떤 느낌이냐 묻습니다. 엄마가 어떤 느낌이냐니요. 순간 우리 엄마를 떠올려봤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엄마. 단어 만으로도 안정적인 사람인데..


아동학대는 친부모가 인정하지 않으며 주변에서 아무리 신고를 한다고 해도 처벌이 어렵습니다. 법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때론 법이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법대로 하는 건 힘들고, 그로 인한 피해는 다시 약자, 소외된 사람들이 짊어지는 악순환입니다.


사랑해서 생긴 아이가 아니라면 맞아도 되는 걸까요? 어쩌다 생겼다면 방치해도 되는 걸까요? 부모를 골라 태어날 수 없는 생명에게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자라지 못한 것은 아이 탓이 아닙니다. 아이는 동생이 죽은 건 제 탓이라 말합니다. 지금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부모의 학대 속에 멍들고 상처 입고 있습니다.


영화 어린의뢰인.jpg 영화 <어린 의뢰인>



영화 첫 장면으로 돌아가 생각해 봅니다. 과연 정의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어른들을 믿을 수 없는 사회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외면하는 어른이 되지 않기를 다짐합니다. 눈 감고 귀 막는다고 해서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한번 누군가의 이야기, 이웃의 사정에 귀 기울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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