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질병의 치료법을 찾는 것에 관한 것이 아니다. 희망은 삶의 방식이다. 인생은 특권이다. 일반적으로 평범한 권리가 아니다.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내게 희망이다.
《어둠이 오기 전에》는 아일랜드 출신의 전도 유망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 '사이먼 피츠모리스'의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눈물이 방울방울, 읽는 동안 앞이 뿌옇게 흐려져 도저히 진도를 나갈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던 독서는 처음.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 당당히 맞선 한 남자의 선택은 삶의 의미와 의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서른다섯의 '사이먼 피츠모리스'는 단편 <세상 소리들>로 선댄스영화제 상영 및 유수 영화제의 초청 및 수상으로 예술가의 삶을 막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둠의 그림자 또한 막 드리워진 찰나였죠.
털럭거리는 발의 이상을 알아챈지 얼마 되지 않아 루게릭 병을 진단받고 4년의 시한부 인생을 카운트다운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어릴 적부터 꿈꿔온 영화감독의 행복을 맛보기도 전에 찾아온 이상 징후는 그를 나락으로 떨어트리기 충분했죠.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섭니다. 죽음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더 힘차게 빛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죠. 점점 몸이 굳고, 말은 물론 호흡조차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왜 인공호흡기를 원하는 거죠? 루게릭병을 앓고 있고, 팔과 다리도 움직일 수 없는데, 왜 살기를 바라는 거죠?' (중략)
나로서는 '얼마나 오래' 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사는가가 중요하다. 아내에 대한 사랑. 아이들에 대한 사랑. 친구와 가족에 대한 사랑. 인생 전체에 대한 사랑. 내 사랑은 여전히 빛나고 굴복하지 않으며, 깨지지 않는다. 나는 살고 싶다.
병원 입장에서 사이먼은 별종이었습니다. 루게릭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허가하지 않는 아일랜드 의료법(더 이상 환자에게 고통을 줄 수 없다는 이유)을 예외로 만들며 인공호흡기와 아이게이즈(동공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의 도움으로 영화 작업을 시작합니다.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내 이름은 에밀리》 2017년 2월 영국과 미국에 개봉해 많은 찬사를 받았고, 동명의 영화 <어둠이 오기 전에>는 2017년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상영되었습니다. 같은 해 EDIF(EBS 국제다큐영화제)에 상영되며 우리나라에도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이 책은 죽어가는 한 남자를 통해 삶의 숭고함을 탐구하는 영혼의 울림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함, 질병의 고통에서도 끊지 못한 예술혼, 가족을 향한 사랑, 인간의 존엄성을 탐미할 수 있습니다.
삶이 시궁창 같고, 되는 일도 없어 절망에 빠졌을 때 이 책을 읽어보길 간곡히 부탁합니다. 살면서 '죽을 만큼 힘들어', '죽을 것 같아'라며 습관처럼 내뱉던 말을 고쳐야겠습니다. 죽음은 그렇게 쉽게 입 밖으로 내놓는 말이 아닙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 포기 한다는 게 얼마나 배부른 소리였을까요. 인간은 어리석게도 쥐고 있던 손에서 뺏어가려 할 때서야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오늘은 누군가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었을 겁니다. 점점 죽어가고 있는 한 남자의 독백은 내 삶이 얼마나 낭비되고 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이먼 피츠모리스' 자전적 에세이 《어둠이 오기 전에》를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고 싶습니다. 동명의 다큐멘터리는 EIDF 홈페이지에서 다시 보기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수익금 5%는 루게릭요양병원건립을 위해 승일희망재단에 기부된다고 하니, 착한 독서에 동참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참고로 《어둠이 오기 전에》가 남편의 시선에서 쓰였다면 아내 '루스 피츠모리스'의 에세이 《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남편이 죽은 후 다섯 아이들을 키우며 눈물로 써 내려간 하루하루와 바다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겠네요.
※ EDIF 2017 <어둠이 오기 전에 It's Not Yet Dark>
http://www.eidf.co.kr/dbox/movie/view/320#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