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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Nov 19. 2019

<삽질> 4대강의 녹색 눈물

12년간의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삽질,Rivercide: The Secret Six, 2018, 김병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도대체 국민 세금을 어디 쓰인 건가.  총 22조 2천억 원이 들어갔으며  국민 1인당 42만 원으로 추산할 수 있는 대국민 사업.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에 대형 보 16개를 설치해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역 경제를 넘어 나라 경제를 살리겠다는 토목사업의 실태를 고발한다. 이명박 정부는 환경을 파괴하고, 비자금을 만들어 대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감행했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이에 따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을뿐더러 막강한 권력으로 덮어버렸다는 것. 그 썩은 내 진동하는 진실은 언제쯤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낼까.


영화 <삽질>은 12년 동안 집요하게 파고든 오마이뉴스 기자들의 노고가 담겨있는 첫 제작 영화다. 주류 언론에서도 다루기를 포기한 사건을 기록한 엄청난 분량의 4대강 백과사전이다. 문전박대는 예삿일, 대답을 피하고 도망 다니기 바쁜 공모자들을 집요하게 따라다녀야 하는 강철 체력은 물론이요. 13년 동안 한순간도 관심을 놓지 않아온 끈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한 탐사보도 다큐멘터리다.



쓸 데 없는 일에 돈 쓴 진짜 삽질 

영화 <삽질> 스틸컷


'삽질'이란 쓸데없는 일을 이르는 관용어다. 흔히 군대에서 삽질한다는 말이 쓰이는데 영화에서 중의적으로 쓰였다. 실제로 멀쩡한 강의 모래를 파내고  자연스러운 강바닥을 자로 잰 듯 직진으로 만든 삽질이오. 성과도 없이 삽으로 괜한 일만 했으니 삽질은 삽질이다.


이 녹조라테를 정수해 주민 식수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신열이 발생하고도 남을 일이다. 더러운 저급 하천에서나 자라는 불을 깔따구, 실지렁이, 큰빗이끼벌레 등 괴생물체부터 4대강의 상징과도 같은 끈적하고 두터운 녹조도 형성되어 있다. 충격적인 영상을 보자  개발이란 명목 아래 신음하던 강에게 미안함이 앞섰고, 이어  분노하고 공분하게 된다.


4대강 사업은 규모와 투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거대한 국가사업이었다. 대통령은 건설회사 출신답게 대한민국을 자기 사업체로 알았다. 당신도 모르는 새 국민 혈세가 헛된 일에 투자되었다. 그 결과또한 고스란히 국민 몫이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슴을 칠 일이다.


급기야 4대강 사업 추진 국민 여론 반대가 발목을 잡자.  개발 포기를 선언한 후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로 전환한다. 그러나 이름만 다른 같은 사업이 추진된다. 수심 6m를 파내 운하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MB가 나서 진두지휘 한 대국민 재앙의 첫삽을 떴다.  



잘 살게 해주겠다는 말, 제대로 뒤통수 맞았다

영화 <삽질> 스틸컷


MB는 수많은 단체들의 반대와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과연 해외출장까지 다녀와 독일 마인 대운하에서 본 가능성은 무엇이었을까.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운하는 필요성 없는 헛일에 불과하다. 밀어붙여야만 하는 MB의 숨은 의도가 더욱더 궁금해진다.


영화는 관련된 공모자를 찾아가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다. 거듭되는 인터뷰 거절, 만남 실패.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는 사람 없다. 사건을 추적하던 중 속속들이 진실이 떠오른다. 건설사의 담합, 언론의 재갈 물림, 사업 반대 인물 불법 사찰, 무리한 공사의 희생양도 있었다. 임기 내에  처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4대강 전역이 돈잔치였다. 그렇게 우리 강산은 신음하며 멍들어 갔다.


강은 생명의 근원이다. 가만히 있으면 썩는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바꾸었을 때 자연은 분명히 받은 만큼 돌려준다. 그 재앙이 시작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복원까지만 10년 이상 소요. 삽질도 이런 삽질이 없다.


눈 뜨고 코 베인 국민, 이제는 알아야 한다

영화 <삽질> 스틸컷


손바닥으로 내 하늘을 가릴 수 있어도 하늘 전체는 여전히 밝게 빛난다. 과연 그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이 불러온 결과가 참으로 처참하다. 영화는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잘 몰랐던 부분을 알아보고 보고 마음의 일렁임 생긴다면 참지 말아야 한다.


최근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외갓집의 강기슭도 4대강 사업으로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유년 시절의 추억을 강제로  삭제당한 기분이다. 내일이 아니라고 관심 없이 지나치다 보면 부메랑처럼 돌아와 언젠가 당신의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 더 이상 눈 뜨고 코 베일 수 없다.


영화 <삽질>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할 숨은 진실을 담았다.



평점: ★★★

한 줄 평: 제작비만 22조, 블럭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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