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순하지도,불손하지도 않은 -
목젖이 드러나도록
한바탕 웃고 떠드는,
시끌벅적한 그 길도 좋다.
그러나, 가끔은…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외로움의 늪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봐야 할 때가 있다.
신이 그걸 바라셨던 것 같다.
그래서 며칠을,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게
내 시계를 더디 흐르게 하셨다.
오늘의 내 안에서,
나는…
내 속되지 않는 마음을 안다.
과히
불순하지도,
불손하지도 않은—
그런,
더럽혀지지 않은 내 감각을 의지한 채
나는 오늘도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
타자를 향한,
이 위태로운 길 위에서.
- 에필로그 -
오래전에 쓴 이 글을
다시 끄집어내어 읽으며
왜 눈물이 났을까.
그건, 이 글에서
오롯이 혼자 견디며 애써 잊었던
감정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그 문장 하나하나에 숨어있는
그때의
외로움, 고요와 고독,
그럼에도 끝내 꺼지지 않았던
내 내면의 빛.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내 안에 아직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삶은 수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이 글을 썼던 순간의 감정만큼은
여전히 낯설지 않기에—
나는 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눈물은
잊고 지낸 나의 고귀한 감각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아주 따뜻한 증거가 되어 주었다.
그 길 위에서
지금까지 잘 걸어왔다.
그러니,
그 글을 쓰던 ‘그때의 나’에게
고맙다고,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토닥토닥 말한다.
"너는, 여전히
길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아름다운 사람이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