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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and Now

- 실수했기에 실패하지 않았고 후회했기에 더 다치지 않았다-

by 두니

하늘이

머리 가까이까지 내려앉았던

어제 오후.


흐린 날의 오후엔

늘 그렇듯, 커피가 그립다.


길지 않은 여유의 틈,

그 짧은 시각 속에서

만난 지 서너 달 된 후배와의

어색한 coffee talk는

덜 진지하지도,

더 진지하지도 않았다.


내가 자신의 ‘wannabe’라며—

그가 묻는다.

"선배는,

살아오면서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었나요?"

...

잠시,

시간이 숨을 돌렸다.

.

.

.

그리고

참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곱씹어도

기억에 없다.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정말 없었다.

아직도

치유 중인 그 순간조차도—

지우고 싶은 시간은 아니다.

실수도,

후회도,

아픔도—

수없이 나를 할퀴었고,

많이 울게 했다.

하지만

그 실수가 바로 나였고,

그 후회와 아픔과 눈물이,

모두 나였다.

실수했기에 실패하지 않았고

후회했기에 더 다치지 않았다.


몹시 아팠고,

많이 울었기에

같은 길을 두 번 걷지 않았다.


나는

매 순간을 새롭게 시작했고

온 마음을 다해

최고의 나를 만나려 애썼다.


시간 속으로 나를 보내고,

시간과 함께 나를 흘려보냈다.

그리고 지금—


Here and Now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순간을 준비하는

이,

나 자신이,


참 아름답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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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