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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준 또 하나의 선물

- 중독의 아름다움, 길의 철학 -

by 두니

길이 준 또 하나의 선물

중독의 아름다움.....


오랜만에 찾아온 빈둥거림—

그 달콤한 무위(無爲)에

마음을 송두리째 걸었다.


달콤한 커피향에 바람이 스치고,

빛은 바람을 타고 쏟아지듯 내린다.


밤새 내 잠을 지켰던 파도 소리는

새들의 아침 인사에 자리를 비껴앉았다.


자유를 품고,

자연으로 나선 해안길.


멀지 않은 해변으로 이어지는

바람 발자국 가득한 모래 길.

그 위를 한가로이 걷는다.


길은,

내게 중독된 사랑이다.


아직 지우지 못한

2021년의 Bucket List.

그 한 줄 문장,

'사랑에 송두리째 걸어보기.'


이제,
이 빛 맑은 아침에 꺼낸
그 사랑에 나를 걸어본다.


사승봉도의 바닷가에서,
심심한 넋두리로....



- 중독의 아름다움, 길의 철학 -

어떤 중독은 삶을 무너뜨리지만,
어떤 중독은 존재를 깨운다.


빈둥거림.
무위(無爲)의 상태.
그 안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나’라는 존재.


육지에서 한참 떨어진 섬.
그곳에서 맞는 아침의 고요 속,
커피향과 빛,
바람의 결,
파도의 리듬,
새들의 아침 울음이
존재의 안쪽으로 더 깊숙이 스며든다.


자유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자유란,
자기 안의 흐름을 제한 없이 따라가는 일.

그 흐름은
모래 위로 이어진 해안길을 따라
자연으로 향하고,
나는 그 길 위를

홀로, 그러나 자유롭게 걷는다.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길은
존재와 존재 사이를 잇는

**관계의 선(線)**이며,
나를 내면으로 인도하는
하나의 사유(思惟)다.


그래서,
길은 내게

중독된 사랑이다.


“사랑에 송두리째 걸어보기”


2017년,
내 삶의 어느 구석에

새겨 넣은 꿈 하나를
오늘,
사승봉도의 이 빛 맑은 아침에
고요한 넋두리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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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