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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귀가

<그림동화> 자비와 골이의 탈출여행

by 클루 clou

"으휴.. 걸쇠, 그만 놓아줘."

뒤늦게 따라온 골이가 걸쇠를 말리고 나서야 두 친구는 겨우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두 친구는 켁켁 거리면서 한참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골이의 중재 아래 모두가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 가로등 아래 앉았습니다.


자비와 골이, 걸쇠는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이 각각 방배동과 배방읍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앞으로는 편하게 '방배'와 '배방'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친구가 되기로 하면서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난 여행을 좋아해. 배도 타본 적이 있거든."

"우린 그래서 어제 여기 온거야."


"우리 가족도 여행 좋아해서 며칠씩 안들어올 때도 있는데."


"우리 한번 같이 놀러가야겠는데."


그리고 방배와 배방이는 밤이 아니라 낮에도 돌아다닐 수 있다고 했습니다.

새 친구들로 교체가 돼서 버려졌다는데, 자비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죠.

"우린 주인이 없어."


"우린 그래서 자유의 몸이야."


"이야~ 그건 부럽다, 진짜."


"주인? 가족?"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친구들은 다음 만남을 약속하고, 이만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아쉽지만 서로 다른 버스를 타야해서 어쩔 수 없었죠.

"다시 한번 미안하고, 다음에 방배동으로 꼭 놀러와."


"꼭 놀러와요~"


"응, 꼭 갈게."


"그래, 다음에 만나자."


"안녕."


자비와 골이, 걸쇠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주위에 술냄새나고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좀 있었거든요.


"화장실 냄새만큼 지독하네."


"그러게."


"난 익숙해."


세 친구는 을지로에 올때 탔던 용산우체국 정류장에 내려야 했지만,

또 내리는 사람이 없어서 한 정류장 지나쳐 신용산역 버스정류장에 내려야 했습니다.


"어휴, 그래도 이게 어디야."


"그러게."


부지런히 걸어서 아파트 현관까지 왔습니다.

때마침 야간 순찰을 위해 보안요원이 밖으로 나온 틈을 타서 세 친구는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아직 안일어났겠지?"


"으휴~ 아직도 엄마 아빠야? 클루씨라니깐!"


걸쇠도 13층 비상문으로 돌아가고 자비와 골이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보니,

어느새 거실 창 밖으로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클루씨 아직 안일어난 것 같다. 내일 보자."


"그래, 휴~ 다행이네. 오늘 덕분에 고마웠어."


자비도 골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했지요.

그러나 자비는 새삼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을지로 여행을 하고 나니, 여행도 좋긴 하지만 역시 집이 최고라고 말입니다.

이제 곧 클루씨, 아니 자비의 가족들이 일어나서 또 바쁜 하루가 시작될거에요.


"아빠는 회사에 출근할 거고, 엄마는 임둥이 늦지 않게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할 거고,

임둥은 늘 그랬듯이 학교에 1등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두를거에요."


"왜 계속 아빠, 엄마, 임둥이라고 부르냐고요?"


"한번 가족은 영원한 가족이니까요!"


(끝.)


본 동화는 인스타툰을 통해 그림책으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DEo90OrS8DP/?igsh=amcycGYxZnYyeHh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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