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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방배와 배방

<그림동화> 자비와 골이의 탈출여행

by 클루 clou

처음 보는 친구들이었어요.

동네에서 보던 친구들 같지도 않았죠.

"너 어디서 왔어?"


"아, 용리단길에서.."


"용리단길이 어디야?"


"요.. 용산 몰라요?"


자비는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맞닥뜨린 상황이 너무 어색하기만 했죠.

"너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이 새벽에 왜 혼자 다녀?"


"아니, 친구들이랑 왔어요."


그 중 한 친구가 넘어져있는 자비의 긴 코를 잡고 장난을 쳤습니다.

"하, 이 녀석 사람도 아닌데 눈, 코, 입이 다 달렸네."


"오, 가까이서 보니까 그러네.ㅋㅋ"


"아! 놔줘요! 어지러워요."


그때 자비 뒤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걸쇠였습니다.

그러자 새로운 친구들이 멈칫하며 뒤로 물러섰죠.


"뭐, 뭐야. 올드하게 생겨가지고."


"(속닥) 거.. 거.. 걸쇠잖아."


"자비 잠깐 뒤로."


걸쇠는 자비를 뒤로 오게 하더니,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너희들 어디서 왔어?"


친구들은 어이없다는 말투로 대꾸했죠.


"왜? 알려주면 데려다주게?"


"방배동에서 왔어요.."


한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다른 친구 뒷쪽으로 조금 더 뒷걸음질 쳤어요.


"데려다줄거 아니면 비켜! 길 막지 말고."


"길 좀 비켜주면 지나갈게요.."


"사과부터 해."


대화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자비는 그저 새로운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죠.

그게 아니면 빨리 집에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사과라니! 저 녀석이 와서 먼저 나한테 부딪혔는데."


"맞아요. 우리가 잘못한 건 없어요."


"코 만지고 놀렸잖아."


걸쇠도 물러섬이 없었죠. 자비는 역시 세상은 무서운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은 걸쇠와 대화하면서 계속 목소리가 커졌는데, 걸쇠는 언제나 차분한 말투였어요.


"어이, 걸쇠씨. 너한테 한거 아니니까 상관하지 말아."


"제발 그냥 지나가세요."


"자비는 내 친구야."


두 친구들이 그 말을 무시하고 걸쇠 옆으로 지나가는 순간,

걸쇠가 팔을 양쪽으로 뻗어 못지나가도록 길을 막았습니다.

자비는 거의 울상이 되었죠.

"걸쇠야, 왜 그래.."


"뭐야!?"


"지나가게 해줘요.."


친구들 말이 끝나자마자, 걸쇠는 두 친구 옷깃을 잡고 번쩍 들어올렸어요.

친구들은 그대로 들려진 채, 발이 허공에 떠서 발버둥거리고 말았습니다.


"켁!" "꽥!"


자비는 걸쇠의 괴력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걸쇠는 친구들을 어떻게 하려는 걸까요.


(다음편에 계속)


본 동화는 인스타툰을 통해 그림책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DEfE2ervJNU/?img_index=9&igsh=ZzY4MWYxbTJldn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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