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회사 선배를 만나 집에 돌아오는 길..
회사에선 별 말이 없는 선배가 묻는다.
" 주말에 뭐하냐? " / " 매주 집에 내려가요. "
" 만나는 사람 없어? " / " 네.. (머쓱).."
" 집에 내려가니까 못만나는거 아냐 ? " / " 있으면 안내려가겠죠. "
..................... (웃음) 그리고 (중략)........................
" 친구들이랑 그런 얘기하죠. 소개시켜달라고.. 하지만 그리 마음 두진 않아요. 막연한 사람 소개받는 것 보다는 그냥 뭐 주위에서 찾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
" 근데 주위에 없잖아, 회사엔 다 남자들이고.." /
" (초탈한 웃음 지으며) 그냥 기다리는거죠.." /
" 기다리면 와야 말이지.." /
" 길가다가도 왠지 한번쯤은 말 걸어보고 싶어요,헤헤." /
" 걸어봐, 두번 볼 거 아니잖아. 어차피 모를 사인데..." /
" 용기가 안나요. 음..마음은 절박한데, 행동은 절박하지 않은 거 보면, 아직 견딜만 한가봐요.." /
" (내 말이 끝나자마자) 아니지, 습관이 된 거 아니고? "
............... 뚝........................
어? 습관? 그런 걸 수도 있는 건가?
이런게 습관일수도 있는 걸까?
요즘 들어, 만나는 사람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공교롭게도 많다.
아무렇지 않게 없다고 대답은 잘 하지만, 내심 떳떳하지 못한 기분이 든다. 스스로 이런거 아닐까,
'어이구, 그게 자랑이다.'
그래, 난 인연을 만나고 싶다. 그런 마음이 내 심장 3분의 2를 강타하고 있는 중이니까,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전혀 그런것 같지가 않다. 일상의 나는 느긋하다. 인연은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고, 좀 더 답답할 때는 운동을 한다. 하루하루 땀흘리며 스포츠를 즐길수 있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혼자라도 상관없다는 그런 몹쓸 생각이 이따금씩 스며오곤 한다. 분명 그 운동이 끝나면 다시 인연을 기다리게 되면서도 말이다. 난 정말 선배 말처럼 이러이러하게 견디어가는 것이 습관이 된 건 아닐까.
사실 걱정도 되지만, 문득 그 때가 떠오르네.
다 끝나고나서야 어떻게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어쩌면 그녀가 내 꼬리끝이라도 잡을까,
어리숙하게 고백하던 어린 날과는 달리 말야.
난 분명 그때도 그랬었어. 많이 수줍고, 말못하던 용기..
하지만 그런 나를 끝내 초월하게 만들어서, 뒷북치던 예전의 내가 아닌,
당당히 그녀 앞에 고백할만큼 너무 좋아했었던 그때.
불확실성을 가지고도 인연에 도전했던 그때.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럼, 아직 그때만큼 좋아할만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건 아닐까.
지금 여기 남은건 타성에 젖는듯않는듯 헷갈리는 28살..
내가...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