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as (미다스 혹은 마이더스)는 디오니소스에 의해 닿기만하면 뭐든지 황금으로 만드는 손을 가지게 되지만, 음식과 자신의 딸마저 황금으로 만들어 결국 그 능력을 버리게 되었다는 신화 속 이야기. 유사 발음으로 월스트리트, 증권가에서나 풍자적으로 들려올 법한 마이너스의 손. 최근에는 번번히 고배를 즐겨 마셔주시는 사업가나 방송인을 비유하면서도 간혹 들리는 말이지만, 그 말이 원래 그렇게 잔인한 말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 한창 추웠던 어느 겨울 날, 옷을 사러 나갔던 기억이 난다. 저 멀리 장갑코너를 보니, 문득 장갑이 없는 나를 발견했다. 그 동안 왜 안 샀을까 하면서 장갑 코너로 갔다. 오호~ 마침 브랜드 장갑이 할인판매를 하고 있길래 잘됐다 싶어 이것 저것 껴봤는데 이상하다. 왜 이렇게 크지? 작은 건 없어요?
판매원에게 물었더니, 그게 남자 것 중에 제일 작은 거라고.. 여기 여성용은 작으니까 한번 껴보라고.. -_-; 엑.. 아니에요..
(뒤적뒤적) 앗! 찾았다.. 디자인도 괜찮고 손에 꼭 맞아서 맘에 들려는 찰나,
그거 여자꺼에요.. -_-;; 꽥..
터벅터벅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쩐지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천안에 내려오는 전철 안에서 몇 번이고 자꾸 양 손등과 손바닥을 번갈아 들여다보며,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겼다.
내 손.. 이 따위로 작게 생겨먹은 내 손.. 게다가 고드름처럼 얼마나 차가운지..
생각난다. 초중고교 시절, 겨울이 되면 난 친구들에게 카멜레온을 보여주겠다며, 내 손등에 손가락 자국을 내곤 했다. 그럼 붉고, 흰 자국이 줄무늬로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어떤 친구들은 꽃뱀 같다고도 하며, 다들 신기해했다. 하지만 대학 들어올 때까지도 몰랐다. 그렇게 유난히 손이 작은지는.. 여학생들은 손가락이 얇고 길어서 여자 손 같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예술하는 손은 다 이렇다며 농담 어린 말을 던지곤 했다. 술자리에선가 문득 자기도 손이 작은 편이라며 한번 대보자는 여자 동기의 말에, 손을 맞대고 나서야 내가 손이 작긴 작구나 라고 느꼈던 게 전부였다. 그 후로도 몇몇 여학생들이 호기심에 손 크기를 대보기는 했지만, 그냥 그들의 웃음을 위해 손을 내미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국에서의 어느 날, 어느 곳.. 그 사람이 몹시 떨고 있었다. 사람들과 물가에서 놀다가 옷이 흠뻑 젖어서 무척 추운 모습이었다. 나도 옷이 다 젖은 채 손이라도 따뜻하게 녹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평소에도 차가운 내 손이 물놀이로 인해 더욱 날카롭게 변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 따뜻한 친구녀석이 그 사람의 손을 풀어줬다. 차 안에서 나는 열 나도록 비비고 입김을 불어가며 내 손을 녹인 후 그 사람의 손을 꼬옥 잡았다. 금방 다시 차가워져 계속해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그 사람의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가를 여러 번.. 그 사람이 안쓰럽게 나를 바라보다가 됐다고 그만하라고 했다. 나는 그 때 작고 차가운 내 손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른다..
이런! 도무지 써먹을 데가 없다. 마이너스의 손. 손이 고드름 같은 것도 서러운데 이젠 꼭 맞는 장갑도 없다. 뭐 써먹을 데도 없으면 그냥 차갑게 다니라는 건가.
따뜻한 손을 가진 인연을 만나야 된다. 그럼 만날 손잡고 다니면 내 손도 조금은 온기를 찾을 텐데..
그것도 좋지만, 나무보단 숲을 보는 방법.
마음이 따스한 사람을 만나면, 아예 이렇게 작고 차가운 손을 가진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