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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복 많이 받으세요!

어쩌면 지금이, 우리의 새해다.

by 둥리지

새 달력, 새 다이어리, 한 살 더 늘어난 나이.


새해가 밝았으니 다이어리 맨 앞 장에 새해 목표 세 개쯤 반듯하게 써넣어야 할 것만 같은데. 그럴싸한 새해의 목표도, 작년과는 다른 한 해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도 아직은 없다. 무기력한 것이 아니다. 다만 작년과 올해, 어제와 오늘의 다른 구석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새 학기를 앞둔 아이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2월의 끝자락에서 3월을 기다리는 이 시점이, 진정한 연말 연초 아닐지.


우리의 2월을 소개해볼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지만, 헤어짐은 늘 어렵고 마음 시리다. 고마웠던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추억을 공유한 이들과 함께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는 시간. 일 년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일을 떠올리며 많이 애쓴 아이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토닥이는 시간. 헤어짐에 아쉬워서 한 번, 완주한 우리가 기특해서 괜스레 또 한 번 눈물짓게 되는 지금은 2월.


그런데 눈물이 난다고 해서 그곳에 마냥 주저앉아있고 싶은 건 아니지. 아쉬움과 고마움에 재차 뒤돌아보는 와중에도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 다가올 날을 향해. 가볍지만은 않은 발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시간. 우리는 그렇게 2월을 통과한다. 고마웠던 친구들, 감사했던 선생님들을 뒤에 남겨둔 채.





새 학기 준비물을 하나씩 주문하고 아이의 가방을 꾸리면서, 아직은 낯선 아이의 학년과 반을 입속에서 굴려보면서 우리는 상상한다. 새 학기에 아이가 보내게 될 하루하루를.


그리고 진심으로 바란다. 하루 중 긴 시간을 보내고 올 그곳에서 너의 마음이 부디 편안하기를. 좋은 사람들 속에서 자주 웃을 수 있기를. 다정한 친구들이 많기를. 내 아이가 부디 외롭지 않기를.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느낄 수 있는 한 해이기를. 내 아이의 빛나는 구석을 알아봐 줄 수 있는 멋진 선생님을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상상해 본다. 마음이 꼭 맞는 친구를 만나 기쁘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의 모습을. 유치원 못 가는 주말이 싫다며 월요일을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을.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지 이제야 깨달았다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는 아이의 모습을.



새출발을 앞둔 아이들의 작은 뒤통수를 바라보며 절로 기도하는 마음을 품게 되는 지금. 새해 첫날에는 요동치지 않던 마음이 시시때때로 결연해지는 지금.


그래. 어쩌면 지금이, 우리의 새해다.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당신에게,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


부디 새 학기 복, 많이 받으세요. 잘 될 거예요.


신발끈 고쳐 묶으며 숨 고르기, 그렇게 다시 뚜벅뚜벅 걸어 나갈 힘 채우기. 너희의 새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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