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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Aug 11. 2018

부족한 자신을 견뎌내면 얻어지는 자유

어른들의 댄스모임 '붐바엔터' 13개월 간 우리가 배운 것들

용인으로 이사한 후 일주일에 세 번, 30km 넘는 거리를 달려 서울에 가는데요, 그 중 한번이 오늘 아침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3시간, 13개월째 '붐바엔터'라는 이름으로 춤을 배우고 있거든요.


붐바엔터는 댄스 학원도,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아닙니다. 춤추고 싶어하는 어른들이 만든 동아리 같은 모임이죠. 배우고 싶은 안무를 전세계 유투브 영상 중에서 고르면, 현역 댄서인 차루하 선생님이 하나하나 동작을 가르쳐 주세요. 


수업 전에는 보이지도 않는 동작인데, 선생님의 리드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그 동작을 하고 있습니다. 4주가 지나면 비슷하게 흉내를 낼 수 있고, 8주가 지나면 내 스타일대로 소화가 돼 있습니다. 댄서의 '춤'이 아닌 '내 춤'을 추게 되는 거죠.


솔직히 쉽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선정한 안무는 기본기가 좋은 댄서들이 춰야 스타일이 사는 춤이거든요. 하지만 춤 때문에 힘든 건 아닙니다. 머리로 이해한 것과 몸으로 실행하는 것 사이의 간극. 그 큰 간극을 견뎌야 해서 괴롭습니다. 


연습실 밖에서는 다들 전문 분야에서 잘한다는 소리 듣는 사람들인데, 거울 앞에서는 영 그렇지 않거든요. 박자 하나도 제대로 못맞추고 손과 발이 엉켜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짜증이 올라오기도 하고, 울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선생님을 믿으며 연습을 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지긴 하는데, 그때까지 어눌한 내 몸뚱이를 직시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일 힘든 2, 3주를 지나면 마법같은 일이 펼쳐집니다. 음악에 따라 나도 모르게 손발이 움직이고, 완벽의 발톱에도 못미치치는 몸이지만 나름 리듬에 맞춰 따라가는 자신을 목격하게 됩니다. 허겁지검 음악을 따라가던 내가, 음악과 함께 움직임을 즐기게 되는 겁니다. 잘해서 기쁜 게 아니라, 해냈다는 그 자체가 기쁩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건 춤이지만, 배우는 우리는 춤 이상을 얻어갑니다. 어눌한 내 자신을 견디는 법,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하는 법, 그리고 결국 해내는 방법이죠.


이번 달에도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수십 번을 봤지만 혼자는 시작조차 못 한 안무인데, 첫 수업 후 그래도 15초를 따라하고 있어요. 아니나 다를까 손발은 제각각 자세는 엉성하지만, 지금의 숙제는 안무 자체 보다는 이 부족한 상태를 견디는 것임을 압니다. 벌써 13개월째 그걸 연습하고 있는 걸요.


8주 후의 내 자신을 기대합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노력하는 만큼 나아지는 건 확실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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