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조직으로 가는 첫걸음은 애자일 마인드셋의 이해다
스마트워크 디렉터로 기업 컨설팅을 하는 나는 종종 공공기관의 스마트오피스 심사를 부탁받는다. 위계적인 상명하달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구성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늘리기 위한 스마트오피스. 하지만 실제 심사를 나가보면 구색만 갖추었을 뿐, 조직은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심사기준에 따라 책상의 파티션도 없애고, 회의공간도 만들고, 직원들의 편의시설도 만들었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위계적이고 직원들은 각자의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직원들의 소통공간엔 아무도 없고, 심지어 아예 불이 꺼져 있는 경우도 흔하다.
스마트 오피스가 왜 필요하며, 이것이 어떻게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마인드셋 없이, 그저 눈에 보이는 방법론만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사 기준조차 '왜' 스마트 오피스를 만드는지 보다는 '어떻게' 하라는 방법론에만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공공기관의 스마트 오피스는 오히려 스마트하게 일하는데 방해가 되는 사무실로 전락하는 경우도 생긴다. 스마트 오피스가 문제가 아니라, 적용하는 과정에서 에러가 발생한다.
요즘 비즈니스 영역을 막론하고 '애자일'이 핫하다보니, 대기업을 중심으로 애자일 업무방식을 도입하려는 기업이 많다. 그런데 그 시도 만큼이나 애자일 도입에 실패하는 기업의 수도 상당하다. 평면도와 가구배치로만 스마트 오피스를 만들려고 했던 것처럼, 칸반/스크럼/데브옵스 같은 방법론만으로만 애자일 조직이 되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드라마 'SKY캐슬'에서, 전교 1등인 예서가 다니는 독서모임에 들어가면 내 아이도 전교 1등이 되길 기대하는 것 만큼이나 어불성설이다. 애자일을 도입하는데 중요한 것은 각각의 방법론이 지행하는 가치와 방향성이지, 그 방법론의 도입 자체가 아니다.
단순히 영어 단어 'Agile(민첩한)'을 안다고 해서 애자일 업무방식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위험하다. 애자일은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자주 그리고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기본 아래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 방향성은 눈감고도 풀 수 있는 윤리 문제처럼 당위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과 상반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의 팀이 어떤 서비스나 제품을 기획할 때 "비용과 기간이 얼마나 드는가?"를 먼저 물어본다면, 당신의 조직은 애자일과는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무엇이 애자일이고, 시대의 어떤 변화가 애자일을 필수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애자일의 기본 철학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나면 애자일의 적용은 오히려 쉽다. 애자일의 마인드셋을 이해하고 내면에 장착하면, 지금껏 관성적으로 해 왔던 업무방식이 어떻게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애자일의 철학을 어떻게 실제 업무에 녹일 것인지도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그것이 바로 껍데기 벤치마킹이 아닌 핵심의 힘이다.
애자일은 스마트폰에 설치하기만 하면 알아서 작동하는 어플리케이션이 아니다. 오히려 원리를 배우고 매일매일 몸으로 익혀야만 느는 운전과 같다. 애자일을 조직에 도입한다는 것은, 지금껏 일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코 방법론 몇개를 도입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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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9-20 | 매일경제 별관 11층 (충무로역 7번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