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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Dec 16. 2019

잘나가는 리모트워커는 커뮤니케이션부터 다르다

리모트워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원칙 4가지

최근 프랑스는 리모트워크를 근로자의 권리로 선언했다. 노동청 홈페이지의 Télétravail(원격근무) 섹션에서는 리모트워크와 관련된 법적인 사항을 다루고 있으며, 근로자의 원격근무 요구를 회사가 거절하려면 정당한 이유를 입증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직장에서의 역할 외에 가정에서의 역할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도 리모트워크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 올해 우리는 제주에서 열리는 <2019 리모트워커스 캠프>를 진행했는데, 스타트업에서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리모트워크를 준비하는 회사들이 많아서 내심 놀랐다. 특히 리모트워크 관련 이슈를 자유롭게 논의하는 오픈스페이스 워크샵에서는 리모트워크를 진행하면서 풀지 못한 실질적인 문제들이 거론됐는데, 가장 큰 화두는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말'을 기반으로 동시에 이루어지는 대면업무와는 달리 리모트워크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글'을 기반으로 시차를 두고 일어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기술과 환경이 갖춰지면서 확산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리모트워크. 비대면을 디폴트로 하는 리모트워크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대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필자의 실제 경험과 컨설팅 사례를 기반으로 리모트워크형 커뮤니케이션의 특징 4가지를 뽑아보았다.  




1. 커뮤니케이션의 시차를 고려한다 


모두가 한 곳에 모여 일할 때는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리모트워크에서는 비동시 커뮤니케이션이 디폴트다. 말하는 사람은 '지금' 말하지만 상대가 그 내용을 듣게 되는 시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리모트워크에서는 메세지가 전달되는 시간차를 고려해서 미리 시작되어야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대면업무에서는 팀장이 아침 10시쯤 회의를 하고 싶다면 9시 반 쯤에 '우리 OO프로젝트에 대해서 미팅 좀 할까?'라며 제안을 해도 별 무리가 없다. 하지만 리모트워크 상태에선 다르다. 9시 반쯤에 메신저나 메일로 회의를 소집해도 반응이 없을 가능성이 많다. 그 내용 자체를 10시가 넘어서 읽을 가능성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라면 적어도 반나절은 시차를 두고 미리 제안하는 게 좋고, 자료 공유나 업무협조는 적어도 1-2일 전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좋다. 


물론 리모트워크 초기에는 이런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낯설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 에약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이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외국 식당 앞에서 난처해 하듯, 익숙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시차에 여기저기서 불평이 생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2-3개월 간의 적응기간이 지나면 조직 전반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급작스러운 회의 소집이나 업무 요청이 줄고, 꼭 필요한 회의와 업무가 미리 계획되면서 직원들의 업무 몰입과 효율이 올라간다. 실제로 필자가 올해 컨설팅을 진행했던 한 기업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요소'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24%가 '급작스러운 호출 및 업무지시'가 업무를 가장 방해한다고 답했다. 


이렇게 조직 전반의 스케줄이 미리 계획되면 불필요한 회의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일을 하다보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충동적으로 소집되거나 준비없이 열리는 회의가 다반사다. 그런 미팅일수록 짜임새가 없어 2-3시간씩 길어지기 십상이고, 겨우 그 시간이 끝나면 예정에 없던 회의 때문에 못다한 일을 하느라 야근을 하게 된다. 그렇게 매일 피곤한 상태로 출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 조직의 효율도 서서히 내려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리모트워크에서는 다르다. 회의를 소집하기 전에, 여러 사람의 일정을 미리 맞춰가면서 해야할 회의인지를 고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꼭 필요한 회의만 남게 된다. 필요성이 명확한 만큼 준비하는 사람과 참여하는 사람 모두 밀도가 높아진다. 



2. 커뮤니케이션의 대기시간을 줄인다


비동시 커뮤니케이션의 비용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는 '대기시간'이다. 상대방에게 메세지를 전달한 후 답이 오기까지 걸린 시간을 '대기시간'이라고 부르는데, 비동시 커뮤니케이션의 속도는 이 대기시간을 얼마나 줄이는가에 달려 있다.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대기시간의 양 자체를 줄이면 된다. 메세지를 보낸 후에 별도의 알람을 보낸다거나, 미리 언제 메세지를 보내겠다고 노티를 하면 대기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또 다른 방법은 대기가 발생하는 빈도를 줄이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상대방과 메세지를 주고받는 횟수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상황(1)

A : 안녕하세요~
B : 네, 안녕하세요
A : 뭐 하나 여쭤봐도 되나요? 
B : 네, 물어보세요  
A : OO건 관련 서류는 언제까지 드리면 되나요?
B : 이번 달 말까지에요
A : 만약 넘어가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B : 다음 달 도착한다면 정확한 일정을 미리 알려주셔야 해요

상황(2)

A : 안녕하세요~ 요청하신 OO건 관련서류를 다음 달 4일에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문제가 될까요?
B : 그럼 다음달 4일에 꼭 맞춰서만 보내주세요. 만약 이번달 안에만 도착한다면 따로 날짜 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메신저를 통해 리모트워크를 하는 상황이라면, 상황(1)에서는 한 사람이 메세지를 보내고 상대의 메세지를 기다리는 '대기'가 총 7번 발생한다. 대화가 길어지면서 대기시간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7번 중에 한번이라도 한쪽의 사정으로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면 대기시간은 하염없이 길어질 수 있다. 반면, 상황(2)에서는 '대기'가 한 번 밖에 발생하지 않는다. 상황(1)에서 두 사람이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는 동안 상황(2)에서는 벌써 커뮤니케이션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상황(1)과 같은 대화는 두 사람이 서로 집중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즉 대면업무 상황에서 적절한 방법이다. 상대의 주의를 끌지 못한 채 혼자 본론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안녕하세요' 혹은 '잠시 대화 가능하세요' 와 같은 말을 먼저 건네야 한다. 상대가 대답을 했다면 이후부터는 짧게 말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 특히 뭔가를 요청하거나 질문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내용을 기억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상황(1)처럼 짧게 나눠서 물어봐야 한다. 소리로 전달한 말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한번의 발화에 두 개 이상의 메세지가 길게 들어가면 "뭐라구요?"와 같은 도돌이표 대화가 반복될 수 있다.


비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리모트워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반대다. 한번 주의를 끌었을 때 용건과 관련 정보를 최대한 명확히 제시해서 결론을 내야한다. 대면 커뮤니케이션과 달리 '말' 보다는 '글'을 통해서 메세지가 전달되기 때문에 내용이 좀 길어진다고 해서 상대방이 기억하는 걸 어려워하거나 무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리모트워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본론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뜸들이는 게 무례다

<대기시간을 줄이는 3가지 원칙> 


리모트워크의 커뮤니케이션 속도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대기시간'. 이 대기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아래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하라. 이 원칙은 리모트워크의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인 메신저와 이메일에서 모두 적용될 수 있다. 

 

첫째, 형식적인 인사(안녕하세요)나 답이 뻔한 질문(뭐 하나 여쭤봐도 되나요)을 생락하고 본론부터 이야기한다. 비동시 커뮤니케이션에서 '대기'의 횟수를 무의미하게 늘리는 형식적인 인사나 하나마나한 질문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상대의 시간을 낭비하는 실례다.
 

둘째, 본론과 홤께 자신의 상황(관련서류를 다음 달 4일에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을 먼저 명확하고 투명하게 공유한다. 그래야 이를 바탕으로 상대도 내 상황을 단번에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한번에 줄 수 있다.
 

셋째, 예상되는 상대방의 답변에 대한 내 답변까지 한번에 보내면 대기시간이 발생하는 빈도를 더 단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서류 제출이 몇시 마감인가요? 팀 미팅이 6시에 끝나는데 그 이후도 괜찮다면 오늘 제출하고, 6시 마감이면 내일 제출하려는데 혹 문제가 없을까요?" 만약 첫 메세지를 이렇게 보낸다면, 단 한번의 대답으로 커뮤니케이션은 결론을 얻을 것이다. "제출 마감은 매일 6시니까 내일 주세요. 내일은 접수 최종일이라 늦으면 접수가 불가입니다"



3. 텍스트 기반으로 소통한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업무 중에 오고가는 '말'이 먼저고 글은 이를 정리하거나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리모트워크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명확하게 정리된 '텍스트'가 먼저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말'이 필요하다. 


이런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업무지시다. 리모트워크는 고사하고 건물 내 자율좌석제도 경험해 본 적 없는 회사에서는 대부분의 업무지시가 '말'로 이루어진다. 사장은 부서장을 불러다가 '말'로 업무지시를 내리고, 부서장은 다시 팀장에게 '말'로 업무를 지시한다. 팀장은 다시 이 업무를 쪼개서 팀원들에게 '말'로 업무를 내린다. 세 번의 레벨을 거치는 동안 내용이 희석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 매개체가 휘발성이 있는 '말'이다 보니 화자와 청자의 이해 차이가 상당하다. 날짜와 수치 같은 사실 정보도 다르게 기억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의도나 우선순위 같은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예 상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매년 채용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설문조사에서는 '명확한 업무지시'가 직원들의 고충 1순위가 된다. 상사의 의중은 헤아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애초에 명확하게 전달되야 하는 것인데, 기억에 의존하는 '말'로 전달되다 보니 모호함은 해결되지 않는 숙제다. 이 답답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고 어떤 직원들은 '말'로 지시받은 업무를 '문서'로 정리해 다시 상사의 확인을 받기도 하는데, 현명한 방법이지만 애초에 업무지시가 문서로 전달된다면 하지 않아도 될 일임은 자명하다.  


이에 반해, 리모트워크가 정착된 조직에서는 말이 아닌 '텍스트'를 통해 업무가 진행된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하는 회사에서는 막내가 문서로 정리해서 상사의 확인을 받는 내용을, 리모트워크 기업에서는 상사가 애초에 간결하고 명확하게 문서로 작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직급이 내려가면서 내용이 자의적으로 필터링되거나 오해가 생길 확률이 줄어든다. 휘발성인 '말'과 달리 '텍스트'는 기록이 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누구라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업무지시가 명확해지는 만큼 '왜 일을 이렇게 했어?'라는 질책도 줄고, '지난 번 말씀이 이런 의미 아니었어요?'라는 오해도 사라진다. 


물론 '텍스트'를 통해 내용을 기록했다고 모호함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면으로 일할 때는 표정이나 몸짓 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감지하기 때문에 같은 정보를 훨씬 다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리모트워크는 확실히 제약이 있다. 게다가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정리하는 수준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직급이 높다고 텍스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수준도 높다고 볼 수는 없다. 몇 번을 읽어도 핵심을 이해하기 어려운 글도 있으며, 부분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글은 더 많다. 이럴 경우에 '말'이 필요하다. 정리된 업무지시를 메신저로 보낸 후에 별도로 통화를 한다던가, 처리가 왼료된 업무를 공유문서에 기록한 후 오프라인 회의에서 추가설명을 하는 경우는 리모트워크에서도 빈번하다. 다만 대면 커뮤니케이션과의 차이점은, 기록이 남고 모두가 열람할 수 있는 '텍스트'가 기본이고, 풍부한 표현이 가능하지만 금방 휘발되는 '말'이 이를 보충한다는 점이다.  



4. 이슈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은 필연적으로 '누구'에게 말할 지를 선택해야 한다. 휘발성이 있는 '말'을 통해 메세지를 동시에 전달해야 하는데, 조직이 조금만 커도 모든 구성원을 한번에 모으기가 어렵기 때문에 우선 말할 대상을 선정하고 메세지를 전한다. 이렇게 사람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시스템화 한 것이 '수신자'를 꼭 선택해야 하는 이메일과 메신저다. 


반면 리모트워크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보다는 '이슈'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필연적으로 기록이 남는 온라인 '텍스트'를 통해 메세지가 전달되기 때문에 시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수신자를 지정해 제한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필요가 없다. 특히 요즘처럼 하나의 이슈에도 여러 사람이 관여되고, 심지어는 누가 관여되었는 지를 알 수 힘든 복잡한 일을 다룰 때는 더 그렇다. 내용을 전달할 대상을 제한하는 대신 모두가 '이슈'를 알 수 있도록 온라인에 띄운다. 이렇게 '이슈'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시스템화한 것이 슬랙(Slack)의 '채널'이나 잔디(JANDI)의 '토픽'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이슈' 중심으로 이어가면 담당자가 바뀌거나 유관부서가 추가되어도 별다른 팔로업이나 어려움 없이 논의가 지속될 수 있다. 복잡한 이슈가 생겼을 경우에는 해결의 열쇠를 쥔 사람도 훨씬 빨리 파악된다. 또 정보의 흐름이 몇몇 커뮤니케이션 채널(사람)에만 의존되지 않기 때문에 정보의 병목현상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리모트워크의 커뮤니케이션은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 대부분은 리모트워크의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 않다. 당연하다. 텍스트 중심의 비대면 비동시적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 발전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채팅이 가능한 모바일용 메신저가 2010년에 처음 등장했으니 이제 겨우 10년이 지났을 뿐이다. 바꿔 말하면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대면 커뮤니케이션에 비해,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연습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커뮤니케이션은 한 조직이 오랜 시간 반복해서 쌓아온 습관이다. 의지있는 개인이 자기의 말 습관 하나를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하물며 조직 전체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연습'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모트워크의 핵심 성공 요소는 마인드셋이지만, 리모트워크의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비대면 비동시 커뮤니케이션의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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